소환(召喚)이란 원래 법률 용어로 법원이 증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일정한 일시에 법원에 나올 것을 명령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 용어가 일반화 되어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패를 소환하라는 말은 처참하게 겪었던 실패 경험을 되살려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삼으라는 뜻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놓고 보면 수많은 실패를 딛고 나서야 우리는 가끔 성공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실패했을 때 그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잊어버리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실패의 축적이 나중에 성공을 가져오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소중히 다룹니다.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고도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달라집니다.
연재만화 딜버트(Dilbert)의 작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는 실패라는 통 속에 눈만 남기고 자신의 온 몸을 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원하는 것들이 모두 실패라는 통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핵심은 거기서 어떤 좋은 것을 건져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실패하기는 아주 쉬우며 우리는 매일 실패하며 삽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우리는 실패합니다. 골프 연습을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서 골프채를 사용해 보면 아마추어는 대부분의 골프볼이 원하는 곳에 날아가지 않습니다. 어쩌나 한번씩 원하는 지점에 볼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다음에 또 다시 연습장에 갑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흔히 말하지만 정작 실패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제발 두번 다시 실패하지 말았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매일 그리고 수시로 우리는 실패합니다. 성공하려고 애를 쓸수록 더 많이 실패합니다. 그러니 실패와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실패는 멀리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따뜻하게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입니다. 우리의 삶에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행복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합니다. 많이 실패해 본 사람이 성공도 많이 합니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성공과도 거리가 멉니다. 실패와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스콧 애덤스는 실패와 역경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길은 자신만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여기서 시스템이란 자신만의 루틴(routine)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자신만의 루틴을 가진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난 주 미국에서 열린 LPGA 시합에서 박인비 선수가 21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포커 페이스이면서 자신만의 루틴이 확고한 박인비와 함께 플레이 해 본 선수들은 모두 혀를 내두릅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습니다. 말의 뉘앙스는 조금 다르지만 맥락은 동일합니다. 성공을 꿈꾸고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패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