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민다는 말은 힘껏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나 책임을 남에게 넘기는 것도 떠미는 것에 해당합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자신의 길을 고스란히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물론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부모나 교사 등의 조언과 코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다른 사람이 떠미는 길로 그저 생각 없이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수(指數, quotient)라고 하면 우리는 언뜻 지능 지수를 머리에 떠올립니다. 지능 지수 외에도 네트워크 지수(NQ)나 잔머리 지수(JQ, 콩그리쉬) 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수는 회복탄력성(回復彈力性, resilience) 지수입니다. 다른 사람이 떠미는 길로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바로 이 회복탄력성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의미합니다. 우리 인간의 일생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입니다. 세상만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우리는 수시로 만납니다.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 승승장구하며 평탄한 길을 걸어온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대체로 부족합니다. 유문무실(有聞無實)이란 실제로는 알맹이가 없이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며져있다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사마천은 진시황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여불위를 이렇게 평가했다고 하지요. 권력의 정점에 서고 많은 부를 소유했어도 결국 별 볼 일 없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소문만 화려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떠밀려 자신만의 참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부모로서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으면서 자식에게는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한 번도 겪지 않았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경험을 해보라고 권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충고와 조언은 위험한 길로 가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경우에는 충고나 조언의 대상을 사랑하고 아껴서 그렇게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회복탄력성을 대신 깨어나게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이래라저래라 하고 말하기보다 무엇이든 권하되 선택은 오롯이 자신이 스스로 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선택의 경험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회복탄력성 지수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나무라지 않고 격려해 주고 또 다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오늘 칼럼을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450명을 코칭해 온 필자 자신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코칭을 해야 하는데 혹시 티칭을 하거나 무엇인가 강요했던 적은 없었는지 회고해 봅니다. 필자 스스로는 하지 못했으면서 말로만 쉽게 선택을 강권한 적은 없었는지를 되물어봅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자평합니다. 얼마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맥아더스쿨 시즌 2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집니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시작됩니다. 소문만 무성하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지 않도록 조용히 반성하며 다시 시작하렵니다. 이제까지 별생각 없이 다른 사람이 떠미는 길로 그저 밀려왔다는 생각이 들면 이제라도 그 길을 돌이키면 됩니다. 어려운 일을 만날수록 회복탄력성 지수는 높아집니다. 회복탄력성은 우리를 인간으로서 조금 더 성숙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