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처음이란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말합니다. 처음처럼 이란 순수함을 그대로 느끼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한 것을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일생은 처음의 연속입니다.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매일 매 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처음입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어찌 보면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두렵습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듯이 처음처럼 순수한 상태로 머물지 못합니다. 하지만 처음을 두려워하면 성숙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그 모습으로 박제되고 맙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움과 만납니다. 낯선 사람과 만나고 낯선 기술과 만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합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낯선 것을 싫어한답니다. 그저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생활 패턴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극이 없으면 인간은 퇴보합니다. 성장하거나 성숙하지 못하고 편안함에 젖어 버리면 삶의 의욕을 잃게 됩니다. 미국의 유명한 실버타운 썬시티(Sun City)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1950년대 말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인근 사막지대에 지은 은퇴자 공동체 마을입니다. 돈 많은 부자들이 모여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려고 만들었지만 그곳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다가 치매 환자가 된 경우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인간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직업 세계를 한번 들여다봅시다. 과거 고성장의 산업화 시대를 지나고 이제는 저성장과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롭게 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가지 직업으로만 백세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평생직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고 때가 되면 퇴직을 해야 합니다. 싫든 좋든 인생 이모작이나 다모작은 우리 모두의 삶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처음 마주하게 되는 직업과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합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과 만나고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필자는 2018년부터 시작해서 낯선사람 만나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즌 1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시즌 7을 1년 이상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즌 7은 문명연구소 안계환 작가와 오너 셰프 전경무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 토요일과 넷째 토요일 합정역 그리스음식점 그릭조이에서 1시간 안계환 작가의 그리스와 지중해 문명여행 시리즈 강의를 듣고 그리스 음식으로 식사하는 심포시온(symposion)을 30차 까지 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고 단골이 되어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낯섦과 마주하려고 노력하면 차츰 처음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사서 고생을 한다는 말도 있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자극을 피하면 시나브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퇴화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것도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배는 순풍에도 앞으로 나아가지만 역풍을 만나면 더 빨리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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