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지 말고 질문하라

설득(說得)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논리적인 근거, 감정적인 호소, 또는 모범적인 행동을 사용하는 과정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설득당하면서 살아갑니다. 부모는 자녀를 설득하고 자녀는 부모를 설득합니다. 리더는 직원을 설득하고 직원은 리더를 설득합니다. 마케터는 소비자를 설득해서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설득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공감하고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합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설득을 당하지 않으려 합니다. 설득해서 동기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행동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인 결과물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가장 보편타당한 의사 결정을 내린 후 행동으로 옮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극히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입니다. 결국 동기 유발을 하지 못하면 인간을 행동하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자발적 동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최고의 설득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상황에 맞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최근 챗GPT의 열풍이 뜨겁습니다. 2009년 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소란스럽습니다. 인공지능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이번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자동 언어 모델이며 딥 러닝을 사용하여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생성입니다. 생성은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어젯밤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최근에 어느 기업으로부터 억대 연봉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프롬프트(prompt)란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챗GPT 화면의 입력창을 프롬프트라고 하지요. 어떤 비즈니스에 대한 결과를 적절한 질문을 통해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어내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직업이죠. 이렇게 신기술은 수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새로 생겨나게도 합니다. 챗GPT의 성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의 힘은 이토록 강력합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잔소리는 옳은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겁니다. 자녀가 기분 나쁘게 들으면 그건 잔소리입니다. 자녀가 잘못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어른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해도 자녀는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이럴 때는 설득하려 하지 말고 질문해야 합니다.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질문을 통해 얼마든지 자녀의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이며 성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설득보다는 질문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대화는 자신의 의도는 내보이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살피며 적절한 질문을 통해 이어갈 수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이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아서 어렵다고 단정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설득하려 하지 말고 적절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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