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수풀의 준말입니다. 수풀(forest)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을 말하며 풀, 나무, 덩굴 따위가 한데 엉킨 것도 수풀이라고 합니다. 산에 올라 나무가 많은 곳에 들어가면 숲의 모양이 보이지 않습니다. 숲의 모양은 숲속에서 빠져나와야 이윽고 보이기 시작합니다. 숲과 나무에 대한 비유를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새로운 과학 기술이 소개되면 먼저 숲부터 살펴보고 그다음에 나무를 하나씩 봐야 합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가지고 주목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메타버스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알고 나서 메타버스의 각종 플랫폼을 한 가지씩 경험해 보는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용할 줄 알면서도 정작 메타버스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메타버스뿐 아니라 시대를 아우르는 모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이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질을 파악한 후 활용법을 배우고 익히면 핵심을 관통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마치 카메라의 줌 기능을 사용하듯이 처음에는 큰 그림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그 속을 차근차근 파고 들어가며 꿰뚫어 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큰 그림을 미쳐 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작은 그림에만 치중하다가 본질을 놓쳐버리고 맙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요? 실제로 그리고 머릿속에서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를 번갈아 하며 거리감을 익혀야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팩트를 보는 것도 해야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워야 합니다.
최고경영자(CEO)는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줄 아는 능력이 절대 요구됩니다. 특히 양쪽을 번갈아 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지나치게 큰 그림만 봐서도 안 되지만 디테일에만 집착하면 조직이 위험합니다. 혼자서 일을 하면 대단한 성과를 내면서도 부하 직원과 함께 일을 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세상 모든 일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직원과 고객과 잠재 고객으로 연결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생물처럼 변하기 때문에 틀에 박혀 있지 않습니다. 숲속의 나무가 수시로 달라지고 숲의 모양도 끊임없이 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CEO는 디테일을 먼저 이해하고 난 후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권한 위임(delegation)을 해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상명하달식의 의사 전달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과거의 방식으로는 변화무쌍한 시대를 헤쳐가기 어렵습니다. 조직에 몸담은 각자가 자신의 무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전체의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큰 틀에서 숲을 먼저 보고 나서 나무를 볼 때는 숲의 크기와 넓이를 짐작하며 봐야 합니다. 나무만 열심히 쳐다보다가 숲의 모양을 잊어버리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 게더타운은 미니맵(minimap)이란 아이콘을 제공합니다. 미니맵을 누르면 지금 보이는 스페이스의 전체와 자신의 아바타가 어디쯤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숲과 나무를 입체적으로 보는 기술을 익히려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하루아침에 저절로 그런 능력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