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이란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를 의미 하는데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그 글을 통해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독서 하면서 흔히 우리가 빠지는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행간을 읽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이 책 속에 많은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문장 하나만 달랑 끄집어 내면 본래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맥락의 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정치가들이나 글을 비평하는 사람들에게서 가끔 보게 되는데 결국에는 이로 인해 상호 간의 다툼이 일어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독서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행간을 읽으면서 전체 맥락을 살펴보는 방법이 익숙하지는 않다.
두괄식으로 쓴 글의 경우에는 비교적 행간을 읽기가 수월하지만 반대로 문단이나 글의 끝부분에 중심 내용이 나오는 미괄식은 그렇게 읽기가 더욱 어렵다. 친절하게 저자가 중간중간 귀뜸이라도 하지 않으면 전체를 모두 읽고 나서야 겨우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실상 독서를 많이 하고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들조차 행간에 대해 간과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꾸준히 행간을 읽으려는 독서 습관을 들이면 책을 정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행간의 의미가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런 행간 읽기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독서 방법이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책 읽어주는 동영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편리함에 쉽게 빠진다. 그냥 가만히 듣기만 해도 책 한권을 들려준다니 좋긴 하겠지만 치열한 독서가 아니면 남는 것도 적을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전자책도 벌써 나왔지만 그다지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는 이유도 행간을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책 처럼 마음대로 밑줄이라도 그으며 부분필사도 하기 어려운 전자책은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전자책이 없어지거나 종이책만 살아남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의 MZ세대, 즉 1030세대라고 불리는 신인류는 스마트폰으로도 거뜬히 책 한권을 읽어내는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미래의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이책을 출간하면서 전자책을 함께 내고 있다. 그나마 전자책의 장점은 종이책처럼 절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책을 검색하면 종이책과 전자책이 둘 다 나오는 홍보 효과도 있다.
전자책을 읽어주는 기능도 있다. 이런 독서 방법에 빠지면 눈과 귀로 보고 듣는 수준의 독서로 전락한다. 행간을 읽으라는 말은 오감을 동원해 온몸으로 읽으라는 말과 같다. 온몸으로 읽고 느끼고 체화할 때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뭔가 변화를 기대하지 않으면 독서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다시 아날로그 방식의 독서로 돌아가 보자. 종이책을 한장씩 넘기며 읽기 보다 앞뒤를 오가며 두루 읽는 것이 전체 맥락과 행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종이책을 아주 거칠게 다룬다는 친구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책 값이라도 하려는듯 그저 후벼 파고 구기고 메모하는 스타일의 친구이다. 필자는 그렇게는 하지 않지만 꾸준히 밑줄을 긋고 번호를 매기며 행간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독서 습관을 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