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력보다 사고력이 우선이다

암기력은 사물을 외워서 잊지 아니하는 힘을 말합니다. 한 번만 쓱 훑어보고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천재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사법고시를 위시한 모든 자격증 시험은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입니다. 두뇌 훈련을 통해 나중에 암기력을 키운 사람도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암기력이 탁월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암기력 DNA를 갖고 태어납니다. 억지로 암기한 내용은 시험을 치른 후에 금세 사라집니다. 사고력은 생각하고 궁리하는 힘입니다. 궁리​​​​(窮理)는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암기력보다 사고력을 갖추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암기력에 비하면 사고력은 지능지수가 높지 않아도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스트래트포드 스쿨(Stratford School)에서는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치는 질문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얇은 질문과 두꺼운 질문입니다. 얇은 질문은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두꺼운 질문은 책에 나오지 않는 질문입니다. 학생들은 얇은 질문과 두꺼운 질문을 구별해서 사고하는 능력을 배웁니다. 이는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방식의 교육과 비슷합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백지와 같은 머릿속에 지속적으로 집어넣는 교육을 합니다. 시험을 통해 암기력을 키우도록 유도합니다. 아예 사고력을 키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정답을 하나라도 더 맞추는 능력을 갈고닦습니다. 이런 방식은 성인이 되어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비록 지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년제가 생겨 1년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학년에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암기력을 가동해야 합니다. 학교 성적이 뛰어나지 않으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창직 코칭을 하면서 성인들도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공부를 시작하면 무작정 외워서 암기를 하려 듭니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알아서 머릿속에 저장해 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고 인공지능을 앞세운 제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된 지금은 암기력보다는 사고력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디서든 찾아보면 나오는 지식과 정보는 얇은 질문을 통해서 알게 되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찾아낼 수 없는 두꺼운 질문을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두꺼운 질문법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경험해야 몸에 뱁니다. 상대방에게 두꺼운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면 사고력이 증진됩니다. 상대방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두꺼운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의 힘은 하루아침에 결코 커지지 않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알기까지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얇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두꺼운 질문은 사람을 성장하도록 만듭니다. 한번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교육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면 먼저 자신이 암기력보다는 사고력이 더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실천해야 합니다. 암기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질문을 받으면 정답부터 찾습니다. 마치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앞에 두고 뒤에 붙어있는 답안지부터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암기력보다 사고력을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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