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해야 할 이유가 몇 가지라면 독서하지 않을 이유나 핑계는 꽤 많습니다. 바빠서, 눈이 아파서, 습관이 되지 않아서, 어떻게 독서해야 할지 몰라서, 왜 독서가 필요한지를 몰라서, 책 구입이 부담이 되어서, 도서관이 멀어서, 딱히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 유튜브가 책을 요약해 주니 편해서, 주변에서 권유하는 사람이 없어서, 마땅한 독서 모임을 찾지 못해서, 지금까지 독서하지 않고도 잘 살아온 것 같아서 등등. 독서하지 않는 사람도 그런 건 핑계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독서를 해야 하는 간절한 욕구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필자도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업무와 관련 있는 전문서적만 골라 읽었습니다. 인문학이니 독서방법이니 하는 따위의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거의 40대 후반까지는.
그러다가 직장을 조기 퇴직하고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에 입문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에 대한 갈망이 훨훨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젊은 날 독서를 하지 않았어도 새삼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특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독서법의 고수들을 만났고 그 이후에는 강연과 코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 방법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4년 반 동안 서울시 50플러스 1인창직 과정을 진행하면서 창직을 통한 평생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독서와 글쓰기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능력임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수강자들에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추천하면서 독후에세이를 쓰고 발표하기를 종용하였는데 매 과정 수료할 때마다 수강자들의 공통된 피드백은 독서를 새삼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독서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해야 하지만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독서는 당연히 해야 하고 에세이 쓰기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최근 J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수업 시간에 에세이 쓰기를 해봤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에세이 쓰기를 낯설어 했지만 금세 잘 적응하고 글을 썼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어릴 적부터 에세이 쓰기를 훈련시켜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누구나 에세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역량을 가지게 됩니다. 에세이를 쓰려면 독서를 반드시 해야 함을 스스로 느끼도록 지도하는 방식입니다. 필자처럼 전혀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독서를 시작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다행히 필자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지금 독서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독서를 권하면 한걸음 물러서면서 어려워합니다. 몇 주간에 걸친 시리즈 코칭을 받은 수강자들은 대부분 독서의 참 맛을 보고 독서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독서는 습관입니다. 하루 세끼 밥을 먹듯이 매일 독서하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인류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우리 자신의 미래는 더더욱 어둡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헤매면서도 독서를 하지 않습니다. 독서는 우리에게 미래를 열어 미리 보여줍니다. 독서를 통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라도 거뜬히 헤치고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됩니다. 독서하지 않을 이유가 많지만 독서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