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력(讀書力, reading ability)이란 책을 읽어서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지 못하면 그냥 그 수준에 머물러 버립니다. 진화한다는 말은 점점 변해가며 발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서력도 진화합니다. 독서력은 자신만의 고유한 독서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나브로 키워집니다. 돌이켜보면 필자의 독서법도 꽤 진화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직장을 다니던 40대 후반까지 지독하게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고작 업무에 필요한 전문서적을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읽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우연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내어 만화를 시작으로 쉬운 책을 골라 무작정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블로그를 알게 되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서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년 전에는 연 200권 독서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노력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올해는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독서력은 다양한 독서법을 스스로 익히면서 조금씩 진화합니다. 필자의 독서법이 어떤 수준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자주 만나는 전업 작가들에게 그들의 독서법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의 독서법도 크게 필자와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필자보다는 훨씬 더 절박함으로 자신만의 독서법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업 작가들은 불철주야 다음에 어떤 책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주제에 맞는 책을 두루 찾고 읽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독서법은 필자와 비슷했지만 깊이가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책을 모두 읽을 수는 없습니다. 시간도 제약이 있고 사람마다 독서량도 제각기 다릅니다. 독서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독서력의 진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모두 독서력이 저절로 대단해지지는 않습니다. 독서력은 독서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의 독서를 하면서도 사색하지 않으면 독서력이 발달하지 않습니다. 독서력의 성과는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진가가 드러납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책을 출간하는 것과 강연을 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그 정도의 독서 분량으로 따지면 벌써 책을 몇 권 썼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아직 책을 쓰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비록 내용이 충실하지 못했어도 필자도 책을 몇 권 출간하고 나서야 독서력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필자가 읽어보기에는 어쭙잖은 글이지만 간간이 필자의 칼럼에 대해 호평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필자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필자의 독서력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독서의 길은 끝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독서법을 참고는 하되 흉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수준에 맞는 독서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통해 독서력이 점점 진화합니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고 독서력을 키워가는 과업은 평생 해야 하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이왕 이런 노력을 하면서 즐길 줄 안다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 정상을 올라가듯 자신만의 소중한 독서법과 독서력을 찾고 키워가는 성찰이 요구됩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바뀌어도 우리는 자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읽고 이해하는 만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