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할 때 자신만의 루틴(routine)이 필요합니다. 루틴이란 IT용어로 어떤 통합된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컴퓨터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일련의 명령군을 말합니다. 루틴은 개인 종목의 스포츠 경기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골프 선수는 드라이브 샷을 하기 전에 먼저 티 위에 공을 얹어 놓고 뒤로 가서 전방을 향해 몇 차례 빈 스윙을 한 다음 샷을 합니다. 그린 위에서 퍼팅을 할 때의 루틴은 더욱 정교합니다. 캐디가 닦아 준 골프 공을 홀컵을 향해 정성스럽게 라인업을 한 후 다시 몇 차례 빈 퍼팅을 한 후 몸과 머리를 흔들리지 않게 하고 퍼팅을 합니다. 프로 골퍼는 모두 이런 루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샷이나 퍼팅을 하기 전 조금만 이상한 느낌이 오면 다시 처음부터 루틴을 반복합니다.
독서 방법은 제각기 다릅니다. 독서를 위한 환경을 준비하는 것부터 루틴에 해당합니다. J중학교 김원배 교사는 새벽 독서광입니다. 몇몇 지인들과 함께 새벽에 독서하기를 약속하고 매일 새벽 일찌기 일어나 독서를 합니다. 매주 일요일은 약속한 시간에 줌으로 새벽 독서 멤버들과 만나 일주일 동안 했던 독서 내용과 다음 주 추천 도서를 공유합니다. 그는 새벽 독서를 위해 저녁식사도 적게 하고 심지어 음주도 하지 않습니다. 독서 노트를 준비해서 독서하면서 중요한 내용은 부분 필사를 합니다. 낮 시간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의 진학과 진로를 지도하고 틈만 나면 조용히 앉아서 독서를 합니다. 벌써 몇 권의 책을 썼고 이번에도 신간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는 10대에게>를 출간했습니다.
독서 고수들의 독서 루틴은 자세히 관찰하고 따라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의 루틴을 개발해서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 고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독서를 하는듯 보이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루틴을 갖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앞뒤를 오가며 샅샅이 훑어보는 스타일도 있고 몇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며 다양한 저자들의 핵심 아이디어를 캡쳐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전혀 독서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주위가 어지러워도 몰입하며 거뜬히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독서 루틴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것도 독서의 기술에 해당합니다.
필자는 대체로 몰입을 잘하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독서를 하다가도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거나 북마크를 해두고 급한 일을 합니다. 이 버릇을 고치고 필자만의 독서 루틴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에 ‘포모도로(pomodoro)’라는 앱을 설치했습니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플레이를 누르면 25분 동안 벨이 울릴 때까지 집중해서 독서를 합니다. 과학적으로 25분 간격이 가장 집중하기 좋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아무리 급한 전화가 오거나 메시지가 와도 25분 동안은 무시하고 독서를 합니다. 물론 이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25분 독서 후 브레이크 타임을 5분 정도 가집니다. 이것도 변경 가능합니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필자만의 독서 루틴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독서 루틴은 정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