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 작가 =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는 3월17일이다.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패트릭의 기일이다. 이날 영미권 주요 도시를 포함한 세계의 대도시에서는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파리의 에펠탑, 피사의 사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의 랜드마크에서도 녹색 조명을 켠다. 시카고 도심을 흐르는 강물도, 백악관 연못도 이날은 녹색으로 물든다.
유럽과 영미권에 국한되어 있던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를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영화 ‘도망자’다. 살인범 누명을 쓰고 복역하다 탈출한 외과의사 킴블(해리슨 포드 분)을 쫓는 냉혹한 형사 제라드(토미 리 존스 분). 영화 후반부, 제라드에 쫓기던 킴블은 시카고의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 행렬 가운데로 스며들어 추격권에서 벗어난다. 녹색 모자를 빌려 쓰고 녹색의 물결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는 킴블.
우리는 숲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녹음의 숲에 들어가면 심신의 안정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녹색은 신(神)의 색깔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서양에서 그린(녹색)은 악마의 색깔로 간주하였다. 하양, 노랑, 빨강, 검정이 주류를 이룰 때 녹색은 언제나 악마에게 덧칠해졌다. 실제로 오래전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초록이 얼마나 혐오스럽게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흔적은 지금도 쉽게 발견된다.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뮤지컬 ‘위키드'(The Wicked)를 보자. 미국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전개되기 이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악한 서쪽 마녀(Wicked Witch of the West) 엘파바. 엘파바의 얼굴색이 초록이다. 연두색에 가까운 그린. 엘파바는 초록 마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