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꽝

독서광이 아니라 독서꽝이 오늘 칼럼의 주제입니다. 독서광은 미친듯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말합니다. 독서꽝은 독서는 많이 하지만 시간만 죽이는 사람을 가리켜 필자가 이름 붙였습니다. 꽝이란 순 우리말로 제비뽑기 따위에서 배당이 없거나 바라던 바가 아닌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독서를 전혀 안 하는 사람도 많지만 열심히 독서를 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실은 필자가 독서꽝이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독서꽝 족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남이 볼 때는 열심히 독서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독서 헛발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하지 않은 독서로 인해 시간을 많이 허비합니다. 종종 책꽂이에 꽂힌 책을 다시 펴보면 과연 이런 책을 언제 읽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4년째 J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 1학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수업 목표가 생각의 힘 키우기 입니다. 독서에 대해 주제를 정해 놓고 학생들의 독서량과 독서방법을 확인해 봅니다. 요즘 중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오면 갑자기 책을 읽지 않습니다. 1학년 자유학년제에서는 그나마 책을 조금 읽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시험 위주의 공부가 기다리고 있고 하교 후에는 여기저기 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독서할 시간이 없습니다. 독서를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다시 논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독서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독서이기 때문에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

독서량에 치중하면 독서꽝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소위 자기 과시를 위한 독서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로 판단 기준을 삼습니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닥치고 많이 읽기를 강요합니다. 많이 읽기만 하면 머리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저절로 지식과 지혜가 솟아난다는 지론을 갖게 됩니다. 글을 쓰기 위해 독서하는 것은 그나마 남는 것이 있지만 메모를 하거나 글을 쓰지 않고 그냥 읽기만 하면 시간이 지나도 독서 후 숙성을 단계를 거치지 못해 모든 것이 허공에 바람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물론 독서방법에 정도는 없습니다. 독서를 제대로 하는지 아니면 독서꽝이 되는지도 자신 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독서는 많이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알차게 읽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을 모두 이해하거나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 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얻고 깨닫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모든 책이 훌륭한 책은 아닙니다. 그런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것도 독서의 기술입니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때로는 그것도 시간 낭비가 됩니다. 왜 독서를 하는지 그리고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하고 나서 무엇을 깨달았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금상첨화입니다. 독서의 길을 멉니다. 독서방법도 계속 변합니다. 독서꽝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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