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Legacy)이란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재산이나 문화를 말합니다. 흔히 많은 재물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지 못해 부끄럽다거나 안타까워 합니다. 하지만 부자가 삼대를 못간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재산만 물려주기 때문입니다. 1대는 자수성가를 해서 망할 염려가 없고 2대는 현상유지만 해도 되지만 3대는 가진 재산을 관리조차 하지 못해서 나온 말입니다. 독서 습관이야말로 최고의 유산입니다.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찰력과 적응력을 키우면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유익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독서의 심오한 세계에 빠져 들어야겠지요.
필자의 가친(家親)은 목사(牧師)입니다. 오래전에 은퇴를 했습니다. 1928년 생이니 올해 만 93세입니다. 가친이 태어난 때는 일제 강점기입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는 약관 17세였고 1950년 한국전쟁 때는 22세였지요. 그렇게 암울하던 시대에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도 배움의 열정을 품고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필자가 어릴 때를 회고해 보면 가친의 서재에는 언제나 책이 가득했습니다. 비록 필자는 50대가 되어서야 겨우 독서에 눈을 뜨게 되었지만 가친의 독서가 은연 중에 필자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신앙의 유산만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왔는데 새삼 돌이켜보면 독서 습관을 덤으로 받게 되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제는 필자가 다음 세대에게 독서 습관을 물려주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두 아들이 장성 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손자도 태어났습니다. 큰 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작은 아들은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평생 자식이 어려 보이지만 가끔 아들이 방문해서 필자의 책장에 꽂힌 책을 빌려가겠다고 하면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20대 시절에는 종종 독서를 권하기도 했지만 마이동풍이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 서점에 책을 주문해서 보내면 잘 읽어보겠다고 문자가 옵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독서 습관을 가지려면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우선 왜 독서를 해야하는지를 깨달아야 하고 그 다음에는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대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특히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앞 세대가 경험한 것을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알려준다고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 방법보다는 독서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가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 가고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최고였던 산업화 시대와는 전혀 다르게 이제는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미래 직업을 찾는 최고의 방법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전히 독서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부모가 독서의 습관을 가르치고 몸소 보여주는 것이 위대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