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의 지금 우리말글] 마음으로 피우는 ‘달달한’ 얘기꽃

“아이스크림이 달달한 거야? 나랑 있어서 달달한 게 아니고?” 최근 인기를 모았던 가족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달달한’ 대사다. 극 중 ‘사돈 커플’이 ‘꽁냥꽁냥’하며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에서 공감을 더했다. 그런데 대사 속 ‘달달하다’의 말맛은 앞뒤엣 것이 전혀 다르다. 앞의 ‘달달한’은 맛과 관련된 것으로, 하얀 솜사탕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뒤엣것은 잔재미가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나 느낌을 나타낸다. ‘달콤하다’와 일맥상통한다.

‘달달하다’는 요즘 들어 부쩍 입말로 자주 오르내린다. 달달한 드라마, 달달한 음악은 물론이고 낚시꾼들은 물고기를 잡으며 ‘손맛이 달달하다’고까지 한다. ‘달콤하다’란 낱말이 있는데도 달달하다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해 쓰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표현과 낱말을 추구하는 언중의 ‘말 욕심’이라고나 할까. ‘달달구리’도 그렇다. 언중은 ‘달다’와는 또 다른, ‘단맛이 나는 먹거리’라는 뜻의 ‘달달구리’를 입에 올린다. 스트레스를 단맛으로 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퍼진 유행어다. “달달구리는 힐링이다”라는 또 다른 드라마의 대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말샘에 올라있는 ‘꽁냥꽁냥’도 재미있다. 연인끼리 가볍게 장난을 치며 정답게 구는 모양을 일컫는 첩어(疊語)다. 첩어는 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결합한 복합어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말은 말맛을 살리려 말꼬리에 변화를 많이 준다. 첩어와 준첩어가 그렇다. 준첩어는 ‘알콩달콩’, ‘애면글면’, ‘허둥지둥’같이 부분적으로 반복되는 말을 이른다. 첩어보다 한결 풍부한 느낌을 준다.

문제는 이처럼 언중이 즐겨 쓰는 달달하다의 두 가지 뜻이 우리 사전에 없다는 것이다. ‘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나다’는 뜻만 올라 있다. 사전대로라면 추워서 달달 떨거나 손수레를 달달거리며 끌고 갈 때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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