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흥겨운 가락이 절로 터져 나온다. 눈치 빠른 술꾼은 안다. 드디어 술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음을. 이때 누군가 자리를 박차며 호기롭게 외친다. “오늘은 내가 쏜다!”
오해 마시길.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회식 등에서 볼 수 있는 흥겨운 광경을 그린 것이다. ‘쏜다’고 큰소리친 그가 그날 술판의 우이(牛耳)를 잡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중이 즐겨 쓰는 ‘쏘다’엔 ‘돈을 내다’라는 뜻이 없다. 활이나 총, 대포 따위를 발사하거나 말이나 시선으로 상대편을 공격한다는 뜻뿐이다. 사전대로라면 ‘(한턱) 쓰다’와 ‘내다’가 있다. 문제는 언중이 말맛에 이끌려 ‘돈을 내다’의 의미로 ‘쏘다’를 꾸준히 쓴다는 점이다. 지금의 말 씀씀이가 계속되면 쏘다에 ‘한턱 쓰다’라는 뜻풀이를 더하는 걸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언어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므로.
쏠 땐 쩨쩨하게 쏘지 말고 ‘거하게’ 한턱 쏘라는 사람도 있다. 한데 우리 말법대로라면 술이든 밥이든 거하게 살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거하다’라고 하면 한자어 ‘클 거(巨)’가 들어간 낱말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낱말은 우리 사전에 없다. ‘거하다’는 ‘산 따위가 크고 웅장하다’ ‘나무나 풀 따위가 우거지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그러니 술이나 음식과는 눈곱만큼도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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