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현상

스프링벅(springbok)은 남아프리카에 주로 사는 초식성 양입니다. 독특하게 톡톡 뛰는 자세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사나운 동물을 피해 무려 시속 94km까지 달릴 수 있는 이 동물은 수백 또는 수천마리가 대형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평소에는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답니다. 식욕이 왕성한 양들이 많이 모이면 먹을 풀이 모자라게 되고 무리의 맨 앞에 있는 양들보다 더 앞서 가려고 뛰어갑니다. 그러다 옆에 있던 양들이 모두 뛰기 시작하면 처음에 풀을 뜯기 위한 목적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앞을 향해 뛰어 갑니다. 결국 절벽에 다다랐지만 수천마리의 양떼가 뛰어 온 가속도에 의해 멈출 수가 없어서 모두 바다에 뛰어 들게 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스프링벅 스토리를 들으면서 필자는 우리 인간도 스프링벅과 별로 다를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만의 평생직업을 갖지 못한채 오로지 직장에서 승진과 봉급 인상만 바라보고 죽기 살기로 애쓰는 직장인들의 모습입니다. 때가 되면 아무리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직장인데도 마치 자신은 예외로 인정 받아 평생 거기 있을것으로 착각합니다. 일모작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막연한 낙관론으로 이러다 어떻게 되겠지 하며 어떤 준비도 하지 않습니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급격히 짧아졌습니다. 인공 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에 막 빠져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바이러스 팬데믹이 쓰나미 처럼 밀려와 우리의 삶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여전히 오래된 방식으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입시경쟁에 목숨을 겁니다. 평생직업은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행동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차곡차곡 준비해야 합니다. 적어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래 직업은 디지털과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모르면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 SNS 등은 이미 기본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스마트폰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직장인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다치고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이제 적응력이 떨어져서 어려워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문명의 이기는 낯설게만 생각합니다.

스프링복의 어리석음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그런 우를 범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려서는 곤란합니다. 평생직업 찾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혼자서 이루어 내기 어렵다면 주변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 아침에 자신만의 평생직업을 찾으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서두르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스프링벅처럼 자신도 모르는 길을 허둥지둥 달려만 갑니다. 그 길이 낭떠러지 인지 아닌지는 떨어져 봐야 그제서야 압니다. 이건 비극입니다. 아직 늦지 않습니다. 주위를 살피고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스프링벅 현상을 기억하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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