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비평] ①<반토막 지팡이를 드는 이유>

전통장례, 부친이 돌아가시면 대나무 지팡이(竹杖)를 짚는다. 모친이 돌아가시면 오동나무나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는다. 대나무는 아버지를 상징한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올 곧게 키워주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추앙한다는 의미다. 오동나무나 버드나무는 악기나 가구를 만들 때 사용했다. 살림살이에 힘 쓴 어머니에 대한 상징이다.상징만이 아닌 기능도 있었다. 상주가 슬픔에 겨워 쓰러질 것을 염려하여 지팡이를 짚도록 했다. 이쯤 해서 질문이 생긴다. 지팡이는 왜 난쟁이여야 하는가? 죄인은 허리를 펴면 안 된다.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 들 수 없다. 납작 엎드리는데서 부터 참회(懺悔)가 시작된다.긴 지팡이는 방향을 가르킨다. 현자의 손에 들려진다. 지팡이에 권위가 새겨진다. 반대로 짧은 지팡이는 몽둥이다. 죄인을 다룰 때 쓰여진다. 지금이라도 나를 내리쳐 죄를 다스려 달라는 간곡한 청원이다.장례는 내 삶에 대한 돌이킴이다. 가족에게 충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다.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온갖 이기심과 탐욕을 씻어내는 속죄의식(贖罪儀式)이다. 새롭게 살아보겠다는 회개(悔改)의 자리다. 그렇게 해서 내 영혼은 새롭게 빚어진다.장례가 슬프면서 아름다운 이유다. 글:송길원목사
(사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장례식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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