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반드시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기존의 오래된 관행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1980년 초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는 넓다란 사무실에 말단 직원이 맨앞에 앉고 그 다음은 대리, 그 다음은 과장, 그 다음은 차장이나 부장 순으로 뒤통수를 보며 앉아 일을 해야했다. 물론 위로부터의 지시 사항이 일사불란하게 전달되고 팀웍을 다진다는 허울 좋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져 이제는 그런 모습은 어디를 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팀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프로젝트 단위로 조직이 달라지더니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정해진 직무서에 따라 수행하면 되는 제도로 바뀐 것이다.
재택근무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무실을 포함하여 인건비의 대략 1.5배에 달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개인은 출퇴근이 필요없고 주어진 직무에 따라 성과를 내기만 하면 된다. 직무에 필요한 교육도 화상으로 가능하고 고객을 만나는 경우에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재택근무가 2005년에 비해 2015년에는 115% 늘었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비율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기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 이유는 대체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무에 대한 정의(Job Description)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서가 불명확하면 재택근무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재택근무가 가져올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당장 에너지 부문의 소비가 급감하고 자동차 수요가 줄 것이다. 사무실용 건물의 공실이 많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부채질 하고 복사 용지 등 사무용품 소모가 크게 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저출산 문제가 재택근무의 보편화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지도 모른다. 재택근무를 위한 각종 사무용품이나 편의시설은 수요가 늘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여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같은 전염병이 앞으로 자주 발생하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가 줄어들게 되어 홈스쿨링이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재택근무 실무를 위한 코칭 수요도 늘 것이다.
이번의 코로나19는 그 여파가 매우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바이러스가 강력하고 지구촌 곳곳을 구석구석 파고 드는 바람에 모두가 숨죽이며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성공 여부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다. 단지 물리적으로 집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과 직원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에 비용만 줄이고 직원을 감시하려고만 들면 역효과가 날 게 뻔하다. 기업은 사람의 동기부여가 한데 모여 결실을 맺는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시대에 서로를 향한 무한 신뢰만이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