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대신 한 사람을 상상하던 날
15년 전 창직학교 맥아더스쿨을 시작하면서 필자는 일대일 코칭을 택했습니다. 주변의 조언은 한결같았습니다. 교육기관을 세우고 인생 이모작과 커리어 과정을 만들어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가르치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씩 마주 앉는 방식은 효율이 낮고 시대에도 뒤떨어져 보였습니다. 그 조언에는 현실의 방식이 담겨 있었고, 틀린 계산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 계산 너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원하는 미래가 다릅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으로는 한 사람의 인생 후반을 설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으로는 저마다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그 길을 함께 찾는 데는 일대일로 마주 앉은 대화가 가장 정확한 도구가 된다고 상상했습니다. 그 상상이 없었다면 필자도 주변의 조언에 휩쓸려 평범한 교실을 열었을 것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400명과 일대일로 마주 앉았고, 그들 중 일부는 저마다 자기 자리에 우뚝 서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시간을 돌아보며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그 질문이 얼마나 멀리 뻗어나가 꿈을 이루는 것은 상상력이 정합니다. 현실만 바라보는 사람의 질문은 발밑에서 멈추고, 미래를 그려 본 사람의 질문은 그 미래까지 뻗어 갑니다. 상상한 만큼 뻗어 가는 질문의 세 갈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붙들어 맨 생각에서 첫 질문이 뻗어 나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학교는 정답을 빨리 찾는 법을 가르쳤고, 엉뚱한 생각은 시간 낭비로 여겼습니다. 상상력은 바로 그 쓸데없는 생각 속에서 서서히 자랍니다. 떠도는 생각을 모두 쓸모없다고 밀어내면 상상력은 막히고, 질문은 뻗어 갈 곳을 잃습니다.
생각은 공중을 날아다닙니다. 길을 걷다가, 잠들기 직전에,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오릅니다. 붙잡지 않으면 대부분 금세 사라집니다. 그 생각을 붙들어 매는 방법은 글로 적는 것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흐릿한 공상에 그치고, 종이 위에 적힌 생각은 모양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모양이 생기면 질문이 뻗어 나옵니다.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누구에게 쓸모가 있을까. 질문이 가장 먼저 뻗어 가는 곳은 나 자신입니다.
창직은 아직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 출발점은 대개 남들이 쓸데없다고 여긴 생각 한 조각입니다. 수첩이나 휴대폰 메모장을 늘 곁에 두고, 떠오른 생각을 한 줄로 적어 두십시오. 일주일에 한 번 그 메모를 다시 읽으며 각 줄 끝에 질문 하나씩을 붙여 보십시오. 적어 둔 생각이 많을수록 질문이 뻗어 나올 자리도 많아집니다. 그렇게 공상은 상상이 되고, 상상은 계획으로 구체화됩니다.
상대의 미래까지 질문을 뻗으십시오
질문이 두 번째로 뻗어 가는 곳은 마주 앉은 사람입니다. 필자의 일대일 코칭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식 대화로 상대와 묻고 답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가 미처 말로 꺼내지 못한 욕구를 하나씩 끌어냅니다. 이 대화의 핵심은 상상입니다. 상대의 지금 모습만 보면 질문은 경력과 자격증과 나이에서 멈춥니다. 상대가 원하는 미래를 함께 그려 보면 질문은 그 미래까지 뻗어 갑니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력서를 다시 읽게 만듭니다. 몇 년 뒤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냐는 질문은 마음속 깊이 묻어 둔 바람을 꺼내게 만듭니다. 그 바람이 말이 되어 나오는 순간 상대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누가 시켜서 움직이던 사람이 스스로 길을 찾는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멀리 뻗은 질문은 사람의 동기를 깨웁니다. 400명과 마주 앉는 동안 필자가 가장 자주 목격한 장면이 이것입니다.
가족이나 동료, 후배와 대화할 때 이 방법을 써 보십시오. 상대의 현재 조건을 묻기 전에, 상대가 그리는 미래의 장면 하나를 먼저 물어보십시오. 그 대답 위에 질문을 서너 번 더 얹으십시오. 대답이 짧아도 서두르지 마십시오. 질문이 한 번 이어질 때마다 상대의 미래는 한 걸음씩 더 구체화됩니다.
그려 둔 미래만큼 AI의 답도 멀리 갑니다
질문이 세 번째로 뻗어 가는 곳은 AI입니다. 많은 사람이 AI에게 막연하게 묻습니다. 은퇴 후에 할 만한 일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AI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평균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질문에 미래의 그림이 없으니 답도 그림 없이 제자리에서 맴돕니다.
미래를 먼저 그린 사람은 다르게 묻습니다. “5년 뒤 나는 동네 도서관에서 또래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모습에 이르려면 올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함께 찾아 달라.” 이 질문을 받은 AI는 목록을 늘어놓는 대신 단계를 묻고, 조건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경로를 함께 설계합니다. 같은 AI도 상상이 담긴 질문을 만나면 잠들어 있던 능력을 꺼내 놓습니다. 질문이 멀리 뻗어 갈수록 AI의 답도 그만큼 멀리 따라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진 장면을 세 줄로 먼저 적어 보십시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적으면 됩니다. 그 세 줄을 질문 앞에 붙이십시오. 메모로 붙들어 둔 생각이 이때 쓰입니다. 내가 그린 미래가 선명할수록 AI가 내놓는 답도 선명해집니다.
다시, 상상이 닿았던 그 자리에서
떠도는 생각을 글로 붙들어 나에게 질문하고, 상대의 미래를 그리며 사람에게 질문하고, 그려 둔 미래를 담아 AI에게 질문하는 것. 이 세 갈래로 뻗어 갈 때 질문은 비로소 확장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상상은 현실이 됩니다.
15년 전, 교실을 세우라는 조언 앞에서 필자가 붙든 것은 한 사람과 마주 앉은 미래의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당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고, 쓸데없는 고집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그 상상에서 뻗어 나온 질문이 400명에게 닿았고, 그들이 저마다 또 다른 질문을 품고 자기 길을 걸어갑니다.
질문의 대상이 사람이든 AI든 다르지 않습니다. 질문은 상상이 닿은 곳까지만 뻗어 갑니다. 오늘 공중을 떠도는 생각 하나를 붙잡아 적어 두십시오. 쓸데없어 보이는 그 한 줄에서 내일의 질문으로 뻗어 나오고, 그 질문이 언젠가 현실에 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