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뉴스 알림이 울리고, SNS 타임라인이 흐르고, 메신저 단체방에서는 누군가의 의견이 쏟아집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우리가 더 현명해졌을까요? 오히려 더 혼란스럽고, 더 쉽게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세상
“이건 명백히 잘못된 거잖아요.” 최근 만난 한 지인이 어떤 사회 이슈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 반대편 입장은 들어봤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굳이 들어봐야 해요? 뻔한데.”
이 대화는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뻔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립니다. 내가 보는 뉴스,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모두 비슷한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합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 추천하고, 나는 점점 더 확신에 차게 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은 단연코 ‘틀린 것’이 되어버립니다.
문제는 이런 확신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약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균형을 잃은 나무는 쉽게 쓰러집니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생각은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 금방 흔들립니다.
균형감각이란 무엇인가
균형감각은 우유부단함이나 중립이 아닙니다. 모든 의견에 동의하라는 것도, 자기 생각을 포기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균형감각은 확고한 자기 입장을 가지되, 그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할 때 한 가지 증상만 보지 않습니다. 여러 검사를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건축가는 건물을 설계할 때 한 방향에서만 보지 않습니다. 위에서, 옆에서, 안에서 바라보며 전체 구조를 파악합니다. 균형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능력입니다.
균형감각을 찾는 네 가지 방법
첫째, 반사적 판단을 늦춰보십시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봤을 때, 즉시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기 전에 10초만 기다려 보십시오. “이게 전체 맥락일까?” “다른 정보는 없을까?” 이 짧은 질문이 우리를 감정의 노예가 아닌, 생각의 주인으로 만들어 줍니다. 빠른 반응이 능력인 시대지만, 때로는 느린 사고가 더 깊은 통찰을 줍니다.
둘째, 불편한 의견을 마주해 보십시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확인해 주는 정보만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 부릅니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접해야 합니다. 진보 성향이라면 보수 매체를, 보수 성향이라면 진보 매체를 가끔 읽어보는 것입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저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시야는 넓어집니다.
셋째, 감정의 색안경을 벗어보십시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의 잘못은 작게, 싫어하는 사람의 잘못은 크게 봅니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직장 동료든 마찬가지입니다. 균형감각을 키우려면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해서 혹은 싫어해서 이렇게 보는 건 아닐까?” 하고 자문해야 합니다.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넷째, 줌 인과 줌 아웃을 반복해 보십시오.
카메라 렌즈를 당기면 디테일이 보이지만 전체는 사라집니다. 렌즈를 멀리하면 큰 그림은 보이지만 세부는 흐려집니다. 균형감각은 이 두 시선을 오가는 능력입니다. 어떤 갈등을 볼 때 “누가 잘못했나”만 묻지 말고, “이 갈등의 구조는 무엇인가” 또는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 발 물러서서 전체를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균형은 힘입니다
균형감각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강함의 증거입니다. 한쪽 입장만 고집하는 것은 쉽습니다. 내 진영의 논리를 내세우고, 상대를 공격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 관점을 동시에 담아내고, 복잡함을 인정하며, 성급한 결론을 참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극단이 힘을 얻는 시대일수록,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더 귀해집니다. 정치 논쟁에서도, 회사 회의에서도, 가족 대화에서도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의 말에는 무게가 실립니다. 그들은 한쪽 편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양쪽의 신뢰를 얻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균형
균형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근육을 키우듯, 매일 조금씩 연습해야 합니다. 오늘 접한 뉴스 하나, 오늘 나눈 대화 하나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반대편 이야기는 뭘까?”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전체 맥락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이런 질문들이 습관이 될 때, 우리는 조금씩 중심을 찾아갑니다.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닙니다.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입니다. 그 지혜의 다른 이름이 바로 균형감각입니다.
오늘 잠들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오늘 나는 균형을 잡고 있었나?” 그 질문 하나가, 내일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