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산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에 나오는 유명한 글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지금은 지구가 온통 흔들리고 있다. 특정 개인이나 국가가 아니라 인류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느라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집안에 갇혀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고 어디를 가나 사람 만나기가 제일 무섭다. 문제는 이번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래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처럼 세상을 흔드는 무서운 전염병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인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다. 다시 만날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전염병은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고 마음대로 유린한 결과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절대 빈곤에서부터 벗어났다고 흥청망청 지나치게 낭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의 교만이 하늘을 찌르니 이런 결과가 온 것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돌이켜보면 우리 삶이 흔들리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좀 많이 흔들리고 좀 적게 흔들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언제나 우리는 흔들리며 살아왔다. 지금이 탐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모든 문제의 출발은 정도를 벗어나 욕심이 극성을 부릴 때 생겨난다. 이기심도 내려놓고 이타심으로 서로 연대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려는 태도가 있어야 배려도 있다.

얼마전 제주 한림에 있는 노지 한라봉 농원을 다녀왔다. 영등할망이라는 이름의 농원이었다. 노지라고 해서 그냥 길거리에 있는 한라봉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물로 사방의 큰 바람만 막아주고 햇볕과 해풍을 그대로 맞으며 알알이 열매를 맺은 한라봉의 맛은 정말 달고 오묘했다. 온실에서 재배한 것과는 비교 불가였다. 노지 한라봉을 따기 위해 7년이라는 긴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렸다는 농부의 말을 듣고 가슴마저 찌릿해 왔다. 무심코 먹는 과일조차 이런 흔들림을 겪고 나서 탄생한다. 인간도 노지 한라봉과 마찬가지다. 비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사람은 맛도 없고 멋도 없다. 산전수전 겪고 난 인간의 지혜는 오랜 시간 숙성으로 통섭의 꽃을 피운다. 겸손과 지혜는 성숙으로 마침내 열매를 맺고야 만다.

온실은 가둠이다. 자유가 없으면 흔들림도 없다. 부모는 언제나 자녀들이 고이고이 자라기를 원하지만 좌충우돌 없이 나이가 들면 성장하기만 할 뿐 성숙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울타리를 쳐두고 그 속에서 자녀들을 자유롭게 흔들리도록 놔두는 것이 부모다운 지혜로운 역할이다. 자녀를 위해서 울타리를 좁히는 것은 자녀에게 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인도 다르지 않다. 편리함과 안전함만 추구하는 삶은 편협하게 되기 마련이다. 온 몸으로 태양을 쬐고 비와 눈을 맞으며 흔들리며 살아가는 삶은 웬만한 장애물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외부의 흔들림이 없다면 스스로 흔들면서 살아야 한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출처: 오늘경제 http://www.startup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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