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의 지금 우리말글] ‘억병으로 취하다’

무슨 전쟁놀이인 줄 알았다. 특공, 특공 하길래…. 알고 보니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 공무원들이 철밥통으로도 모자라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청사를 짓고, 수억 원씩 시세차익을 얻었단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며 내 집 장만의 꿈을 포기하다시피 한 사람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말 많고 탈 많던 특공이 폐지된다지만, 오늘도 화병(火病)을 내리려 ‘억병으로 취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억병’은 한량없이 많은 술 또는 그렇게 마셔서 고주망태가 된 상태를 말한다. 고주망태는 ‘지금’ 술에 몹시 취해 있는 상태나 그런 사람을 뜻한다. 고주망태의 ‘주’를 ‘술 주(酒)’로 지레짐작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고주’는 옛말 ‘고조’가 변한 말로 ‘술, 기름 따위를 짜서 밭는 틀’을 말한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 술을 거르는 망태기는 언제나 술에 절어 있기에 고주망태란 말이 나왔다.

술은 인간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그래서 온갖 시름을 잊게 해준다며 망우물(忘憂物)이라고도 하고, 좋은 약 중에서도 으뜸이라 해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도 한다. 단, 한 가지 조건은 붙는다. ‘사람이 술을 마실 때’여야 한다.

술 세계엔 수많은 사연만큼이나 표현도 넘쳐난다. 그중 술에 취한 술꾼의 모습을 나타내는 낱말들이 재미있다.

기사 보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60630?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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