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고 귀엽대. 하도 까불어서 그런가.”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발레 할배’ 열풍을 몰고 온 배우 박인환.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발레복이 흠뻑 젖도록 연습했다는 그의 인터뷰엔 치열함은 온데간데없다. 사람 냄새만이 유쾌하게 묻어난다.
‘까불다.’ 가볍고 조심성 없이 함부로 행동하는 모습을 뜻한다. 이 말의 어원은 ‘키’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릴 적 오줌싸개에게 소금을 얻으러 다니게 할 때 머리에 들씌웠던 것 말이다. 본래는 곡식의 잡티를 골라내는 도구였다. 키를 위아래로 흔들어 곡식의 티 따위를 날려 버리는 것을 ‘까분다’라고 한다. 나이가 어린 아이가 큰 아이에게 바람에 날리는 곡식 껍질처럼 가볍게 구는 건 그야말로 ‘까부는’ 행동이다. “까불지 마” “까불고 있어!”엔 “어린 녀석이 왜 그러느냐?” 혹은 “네 행동이 지나치다”는 뜻이 담겨 있다.
때론 재미있고, 장난기 가득한 ‘까불다’란 낱말도 요즘 들어 ‘나대다’와 ‘깝치다’에 밀리고 있다. 특히 ‘깝신거리고 나다니다’는 뜻의 ‘나대다’의 기세가 엄청나다. 이 말,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주인공 종수를 떠올리게 한다. ‘하빠리’(표준어는 ‘하바리’다) 완장질을 하며 나대다 결국 완장을 뺏기고 동네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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