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패스트 커리어 vs. 슬로 커리어
슬로 커리어란 정확히 어떤 것인가? 패스트 커리어fast career가 〈남들보다 빨라야 성공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라면 슬로 커리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와 관련이 깊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주체적이다. 패스트푸드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패스트푸드가 건강과 미각을 해치는 것처럼, 패스트 커리어는 번아웃을 초래하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자극적인 맛과 조미료에 중독되듯이 패스트 커리어는 승진, 연봉 등의 외적 보상에 집착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직장인의 자존감을 낮춘다. 반면 슬로 커리어는 천천히 천직을 발견하고(장기적 관점), 그 일을 끊임없이 쇄신하며(지속성) 전문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얼마나 빨리, 높이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에게 충실하며 그 과정이 행복한지가 핵심이다(주체성). 저자들은 이제 〈식습관을 넘어 우리의 직(職)습관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슬로 커리어 전략은 설득력을 갖는다.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어도 50세 퇴직 후 할 일이 없다면 인생의 평균 소득은 턱없이 낮아진다. 오히려 급여는 덜 받더라도 확실한 실력을 쌓아 퇴직 후에도 꾸준히 번다면 전체 소득이 훨씬 높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슬로 커리어로 성공할 가능성은 패스트 커리어보다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오해는 금물이다. 슬로 커리어는 〈조직 안〉에서 실력을 닦는 전략이다. 일찌감치 회사를 관두고 독립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턱대고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건, 특히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거꾸로 저자들은 〈회사를 수련장 삼아〉 전문성을 키우라고 주문한다. 돈을 벌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는 매력적인 학교다.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을 훈련할 수도 있고, 협업을 배우고 비즈니스의 기본기를 익힐 수도 있다. 새로운 업무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잠재력을 깨닫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