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얼마 전 서평(書評)에서 맞닥뜨린 표현이다. 불편해할 공무원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약 300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쓰인 표현이란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하다 보면 오후 4시 반이 된다”며 공무원 사회를 꼬집었다고 한다. 마치 ‘일의 양과 공무원 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접미사 ‘-스럽다’는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 웬만한 말에 붙어 새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한 달 전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북한은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며 발끈했다. 아마도 ‘북한스럽다’란 말에 배알이 뒤틀렸기 때문일 것이다.
‘-스럽다’가 위력을 보인 해는 2003년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에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 대화의 자리에서 날 선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이 만든 신조어가 ‘검사스럽다’이다.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윗사람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이 말은 그해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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