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왜 『시학』을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되었다고 했을까?
이제까지 나온 『시학』의 번역서는 무수히 많지만 이 책보다 더 정확하고 독자 친화적인 책은 없다. 오래 동안 사르트르, 푸코 등을 번역하면서 “인문학도 이렇게 평이할 수 있구나” 라고 처음으로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명 번역자 박정자의 번역이기 때문이다.
또 『빈센트의 구두』,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등의 저서를 통해 예술과 철학의 관계를 짚어보고, 『시선은 권력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이것은 Apple이 아니다』 등을 통해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진단했던, 인기 인문학서의 저자 박정자의 번역이기 때문이다.
영어와 불어의 정통함,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세심한 한국어 구사, 그리고 고전과 현대를 접목시키려는 현대성에 대한 열정이 이 책의 간단한 외관 밑에 깔린 거대한 빙산이다. 중요한 구절, 애매한 구절 등에는 어김없이 영어나 불어 원문이 병기되었고, 단어들의 어원과 현대적 의미가 꼼꼼히 설명되었으며, 원전의 다소 산만한 중언부언(重言復言)이 해설부분에서 체계적 미학이론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계승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치가 명쾌하게 드러내고, 반전과 깨달음이라는 그의 플롯 이론이 현대의 드라마 이론, 영화 이론과 접목되었다. 그리하여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는 2천3백년 묵은 그의 비극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싱싱한 젊음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원제인 『시학』에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된’ 이라는 부제를 넣은 것도 이와 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현대성에 대한 일종의 경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