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와글와글] ‘시름 잊고 운명에 맞서노라’…나치 침략 고통 달래준 와인

마룬5의 노래 ‘선데이 모닝’을 듣고 외출할 때만 해도 흥겨웠던 일요일 분위기는 지하철 계단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서 엉망진창으로 변해 버렸다. 액정이 망가지고 휴대전화도 작동이 안 되니 약속 장소가 어디인지,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서둘러 귀가해 후속 조치를 취했지만 우울한 마음은 가시지 않아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다시 보았다. 아름다운 도시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만든 이 영화는 독일과 헝가리 합작품으로 2000년에 개봉됐다.

고혹적인 분위기의 여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를 두고 레스토랑의 유대인 주인 자보와 피아니스트 안드라스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와 피아노 음악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다뉴브강의 서편에 있는 부더(Buda)와 동편의 페슈트(Pest), 양 지구를 연결하는 세체니 다리를 비추는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의 조화라는 면에서 호평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다시 본 ‘글루미 선데이’에서는 먹고 마시는 장면과 와인이 자주 눈에 뜨인다. 레스토랑 주인 자보가 질투와 분노로 레스토랑 지하 와인 저장고에서 생테밀리옹 지방의 그랑크뤼급 고급 와인 ‘샤토 뒤 파라디스’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장면이나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멈’(MUMM) 같은 샴페인이 단적인 예이다. “구하기 힘든 포도주, 군델 레스토랑에서도 못 구한 것을 가져왔다.” 군델(Gundel)이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식당을 말하며 영화의 대부분은 세트에서 촬영되었지만 실내 콘셉트는 이 식당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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