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딜레마

딜레마(dilemma)란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말합니다. 고슴도치는 포유류 동물로서 네 다리는 짧고 몸통은 통통하며 등과 옆구리 털이 가시처럼 돋아나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변색을 하거나 딱딱한 껍질 속으로 숨는 동물이나 곤충이 있듯이 고슴도치의 뾰족한 털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사용됩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대인 관계를 통한 친밀감 욕구와 자율성에 대한 욕구, 상처받지 않는 욕구가 양립할 수 있다는 딜레마입니다. 우리 삶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혜로운 인간관계를 누구나 원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과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기업에 몸을 담고 일을 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서 자의반 타의 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1인 기업가나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작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관계의 문제가 규모가 작으면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족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런 선택의 결과로 고슴도치 딜레마에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는 미국이나 유럽과 다르게 일을 범위나 기간 그리고 페이를 정하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으레 그렇게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고 무작정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틀어지면 그때부터 상황이 복잡하게 됩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피하려면 사전에 미리 서로 충분하게 소통하고 정리해 두는 방법이 좋습니다. 문서가 아니더라도 구두로 상황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정해두면 나중에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인간관계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비즈니스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 사랑하고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퍼줍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친한 친구 사이에도 자신은 그 친구를 끔찍이 좋아하지만 상대 친구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냥 말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금전이 오고 가는 거래 관계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가족이든 가깝게 지내는 사이든 상관없이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려면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을 세워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나 가깝게 지내는 사이일수록 서로 예절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면 서로의 약점이 쉽사리 노출되어 실망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허물을 덮어주고 감싸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고의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그래도 항상 자신을 살피며 조심해야 합니다. 고슴도치는 새끼를 사랑해서 꼬옥 안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비록 안아 주지는 못하지만 위험한 동물을 만나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지 새끼들에게 직접 몸으로 보여줍니다. 나중에 위험한 동물이 사라지고 나면 새끼는 어미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약자입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지만 결국 자신이 홀로 서야 합니다. 그리고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One comment

  1. 오랜만입니다. ‘고슴도치 딜레마’ 글 정독하며 느껴지는 게 참 많습니다. 그림으로 담아좌야겠군요. 일러스트 완성되면 한 장 보내드리지요- 정 멘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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