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다라는 말은 겁먹다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겁먹는 것을 쫀다고 합니다. 제발 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매스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나 한결같이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습니다. 마케팅도 공포 마케팅이 꽤 잘 먹힌다고 합니다. 공포 마케팅은 뭔가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소비자를 윽박지릅니다. 또한 뭔가 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암시를 풍기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공포 마케팅이 먹히고 미디어가 하루 종일 보도하는 내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그건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에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루를 벌어먹고 사는 소상공인들은 울상이지만 어디 하소연 한번 할 곳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들의 심리에 이미 공포심이 가득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방역은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그렇게 쫄 일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2년을 넘겼고 백신도 나왔고 사람들도 모두 방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쫄면 부작용이 크게 생깁니다. 정부를 믿어야 하지만 항상 정부가 옳은 것은 아닙니다. 마치 안경점에 가서 도수를 측정한 후 그대로 안경을 맞추면 어지러워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측정한 도수보다는 한 단계 낮춰서 안경을 맞춰달라고 부탁합니다. 지난주 제주도에 일주일을 머물렀는데 마지막 날 서귀포 숙소에서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평소 재난 문자가 무척 성가셔서 꺼 두었는데 숙소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지진임을 직감했습니다.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진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진 강도 5도 정도라면 일본 사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해마다 5도 이상의 지진을 수백 번 이상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13년째 뉴스를 보거나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우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금은 통신이 발달해서 지구 반대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금세 알게 됩니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알아서 탈입니다. 당장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도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기후 변화는 물론이고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아니면 모두 적으로 몰아세우고 도무지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을 흑백 논리로 세상을 판단합니다. 세상은 흑과 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빨강, 파랑, 초록 등 다양한 색이 있습니다. 쫄면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연하게 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양은 냄비처럼 금방 끓다가 식었다가 하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모두 해롭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웬만한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습니다. 초연하게 매사를 바라보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쫄기만 하는 사람은 언제나 바쁩니다. 항상 바쁜 사람은 속도에 이끌려 방향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쫄기 쉽습니다. 내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세상은 잘도 흘러갑니다. 쫄지 말라고 단순하게 말하지만 속 뜻은 깊습니다. 쫄지 않기 위해서는 내공을 키워야 합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으면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면 쫄기 쉽습니다. 제발 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쫄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쫄고 미래에 불어닥칠 뭔가가 두려워 쫄다보면 평생 쫄다가 끝납니다. 쫄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