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를 비롯한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 구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디지털 문명이 급속히 발달하고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되는 시대에 어찌 보면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자연스럽게 뇌 구조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이에 대한 폐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오래전 인류는 문자를 찍어내는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눈부신 발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 전체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단순한 뇌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니콜라스 카가 지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가 있습니다.
4년째 중학교 자유학년제 1학년을 지도하면서 매 학기 수업 목표를 생각의 힘 키우기로 정했습니다. 대략 한 학기에 17회 정도 수업을 하는데 매 수업 시간마다 반복해서 학생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바로 생각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입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계속되는 필자의 질문에 생각하고 대답하기를 어려워하지만 학기말이 다가오면 어느새 생각의 힘이 훌쩍 커져 버린 학생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들은 글을 단문으로 쓰라고 강조합니다. 독자를 고려해서 글을 단문으로 쓰면 좋겠지만 이런 글을 꾸준히 읽고 쓰다 보면 장문의 글을 독해하는 능력이 조금씩 퇴화됩니다.
학생들이나 취준생들은 문제를 출제할 때 쓰는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만족스러운 시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고전이나 번역서를 읽기 위해서는 단문뿐 아니라 장문도 능히 소화하며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차별화는 다양한 독서를 통해 단문이든 장문이든 거뜬히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가져야 나타납니다. 골프 연습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스윙 연습을 하면 우리의 몸이 한쪽 방향으로만 계속해서 비틀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종종 초보 골퍼들이 가슴 부위의 연골이 손상되어 병원을 찾고 한동안 스윙 연습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의사로부터 경고를 받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몸을 자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주라는 주문을 받기도 합니다. 신체든 뇌든 다를 바 없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해질수록 단문을 즐겨 읽고 그러다 보면 뇌 구조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몸을 위해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듯이 뇌의 균형적인 발달을 위해서는 장문과 단문을 섞어 읽고 실용도서와 도전을 두루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기 쉬운 책만 읽지 말고 때로는 조금 수준이 높은 책을 읽거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책의 수준과 내용에 따라 그냥 쓱 지나치며 읽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이 읽기를 통해 생각의 폭을 확장해 가는 독서 전략이 요구됩니다. tl;dr는 너무 길어 읽지 않음(too long, didn’t read)의 줄인 글자입니다.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거뜬히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 뇌 구조도 점차 밸런스를 찾게 됩니다. 독서는 뇌 구조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