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말들 가운데는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망인(未亡人)’이 아닐까 싶다.
이 말, 이전에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던 말’이다.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온다. 국립국어원은 이것을 ‘남편을 여읜 여자’로 풀이를 바꾸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각주를 달았다.
뜻풀이를 바꾼 건,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남편이 죽었으니 따라 죽어야 한다고? 얼토당토않다.
원래 ‘미망인’은 돌아가신 분의 부인이 스스로를 낮춰 부르던 겸양어(謙讓語)이다. 그러니까 남편을 여읜 여성이 남편을 어서 따라가고 싶다는 애끊는 심경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말을 아무 생각 없이 2인칭, 3인칭으로 써선 안 된다.
애도하는 기간에 홀로된 배우자를 언급해야 할 땐 “돌아가신 아무개의 부인 누구께서…”라고 말하면 된다.
요즘 신문 광고의 부고란을 보면 미망인 대신 ‘부인’이라고 쓴 걸 간혹 볼 수 있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진일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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