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 몇이서 함께한 저녁 모임. 메뉴판을 훑어보다 적이 놀랐다. ‘골동반(骨董飯)’이 떡하니 올라 있는 게 아닌가. ‘골동반’을 아느냐고 묻자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고기나 나물 따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밥’이라고 하자, “설마, 비빔밥?”이라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맞다. 골동반은 비빔밥이다. 우리 사전은 둘을 같은 말로 올려놓고 있다. 언어현실은 어떨까. 골동반은 비빔밥에 밀려 입말에서 거의 멀어졌다. 골동반을 처음 알게 됐다는 친구 말처럼 사전에 박제화된 말일 수도 있다.
짬뽕의 처지도 비빔밥과 닮았다. 열이면 열, 짬뽕이라고 하는데 사전은 초마면(炒碼麵)과 짬뽕을 같은 말로 올려놓았다. 이것도 짬뽕을 초마면으로 고쳐 사용하라고 우기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짬뽕의 뿌리는 초마면일지 모르지만 10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중국집에서 초마면 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 된다.
비빔밥, 짬뽕과 달리 출세가도를 달리는 먹거리가 있다. ‘짬밥’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자어 ‘잔반(殘飯)’을 누르고 세력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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