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계기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산다. 혼자가 아니라 연결하면 성장하고 더 많은 유익이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아지트 문화갤러리 양한모 관장은 연결의 달인이다. 그는 갤러리 뿐 아니라 도서출판 아지트 대표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를 2015년 7월에 만났다. 사진 전시회에서 하는 그의 강연을 듣고 그의 도움으로 그해 연말에 필자의 사진이 든 탁상용 캘린더도 만들었다. 그는 전국의 웬만한 갤러리 정보는 모두 훤히 꿰뚫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기버(Giver)이다.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그저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정기적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하고 수시로 갤러리 정보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한다.
사진 전문가이기도 한 그가 사진 책을 내는 스타일은 매우 독특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몇몇 도시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면 먼저 사진 책을 위한 목차와 틀을 미리 짜놓고 어떤 사진을 어디에 넣을지 구상한 후 여행을 떠난다. 테마여행 치고는 독특한 방식이다. 당연히 그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미 짜놓은 사진 책의 초안에 사진을 넣고 2달 만에 뚝딱 책을 출간한다. 자신 뿐 아니라 그의 아들 딸에게도 이런 방식으로 지도해서 벌써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사진이나 그림 전시회를 하려고 그에게 연락하면 금방 몇 가지 옵션을 알려준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그의 도움을 받아 사진전을 열고 처음으로 사진 책을 출간한 사람이 여럿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필자가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혼자서 뭔가를 이루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 관장처럼 무슨 일이든 더불어 진행할 때 더 많이 배우고 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이타심이 가득해야 가능하다. 이 점이 바로 필자가 그에게서 친밀감을 느끼게 된 동기이다. 최근 복합문화 공간이 꽤 많아졌다. 갤러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프로 작가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작가들도 점점 수가 많아지면서 갤러리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갤러리에 대한 정보가 어느 한곳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작가와 갤러리를 연결하는 고리가 필요하다. 양 관장은 이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간 갤러리 네비게이션이다.
세상에는 나름대로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전문성을 가질수록 까칠한 성격을 나타내며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차단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 전문가들은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융복합의 시대에 나홀로 성공하겠다고 나서면 외면 당한다. 아직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사람이라도 연결을 통해 확장하면 성장할 수 있다. 대부분 먼저 실력을 쌓고 나서 연결하려고 하는데 이게 문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연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더 주효할 수 있다. 이건 우선순위의 문제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방향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 한다. 먼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연결하면 자신이 더 많이 성장한다는 비결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