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시인이면서 가수인 밥 딜런이 지난달 80세가 됐다. 그의 애인이었던 존 바에즈와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폴 사이먼도 올해 80세다. 한국의 1970년대 문화운동을 이끈 김민기는 올해 만 70세, 그가 만든 노래 ‘아침이슬’이 세상에 나온 지 50주년이 됐다고 한다. 그들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꿈을 꾸었던 세대에게 마음속 영웅들이 늙어 간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들 중 한 명인 김민기씨와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베를린에 주재하고 있던 2001년이었다. 그가 ‘지하철 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초청으로 단원들을 이끌고 왔을 때였다. 연습이 끝난 뒤 소박한 식당에 마주 앉았다. ‘아침이슬’이란 이름 때문에 소주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맥주파였다. “독일에 오니까 맛있고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으니 좋군요.”
나는 그에게 연극, 뮤지컬 이외에 영화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특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하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금의 이 일 제대로 하기에도 벅찬걸요, 뭘!” 낮지만 묵직하면서도 진정성이 듬뿍 실려있는 목소리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 그의 나이 만 쉰 살이었다. 세상에는 가짜 영웅들이 많지만, 그는 여전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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