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보다 직업이 먼저다

AI 광풍의 시대, 생존을 넘어 성취로

흔들리는 취업의 문법과 2026년의 현실

2026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곁을 맴돌던 인공지능(AI)이라는 바람은 이제 미풍을 넘어 거대한 광풍(狂風)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기만 합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고, 토익 점수를 올리고, 각종 자격증을 따며 소위 ‘스펙’을 공들여 쌓아 올렸지만, 막상 사회라는 문 앞에 섰을 때 그들은 깊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업의 문은 좁아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외워서 정답을 맞히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은 이제 유효기간이 지난 낡은 신화가 되었습니다.

‘직장’의 종말과 ‘직업’의 부상

우리는 오랫동안 ‘직업(Vocation)’보다 ‘직장(Workplace)’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그것이 정답이었습니다. 튼튼한 직장이라는 울타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기업의 성장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덩달아 승진하고, 안정된 급여를 받으며 정년퇴직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업(業)’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어느 회사의 사원증을 목에 거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척도였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고속 성장 엔진은 멈춘 지 오래되었습니다. 게다가 약 20년 전, 스마트폰의 등장이 촉발한 모바일 혁명은 우리가 알던 일자리의 지형을 한 차례 크게 흔들었고, 이제 2026년의 AI 혁명은 그 지형 자체를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지금의 AI는 과거의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닙니다. 기존에 우리가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사무직, 관리직, 전문직의 업무 중 규칙적이고 논리적인 영역의 대부분을 AI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제 ‘직장’은 더 이상 영원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회사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직업적 역량’만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AI 시대를 돌파하는 세 가지 생존 전략

왜 직장보다 직업이 먼저여야 할까요? 직장은 물리적인 공간이자 일시적인 계약 관계일 뿐이지만, 직업은 내가 세상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이자, 어디를 가든 통용되는 나만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직장보다 직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나만의 업을 견고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의 세 가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합니다.

첫째, ‘정답을 찾는 능력’을 버리고 ‘문제를 정의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 취업 준비는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누가 더 빨리, 정확하게 맞히느냐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답을 찾는 능력에 있어서 인간은 결코 AI를 이길 수 없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검색하고 조합하여 최적의 답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가 없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거나,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과 맥락을 읽어내어 ‘이것이 문제다’라고 정의하는 능력은 없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직업인은 ‘답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문구”를 1초 만에 써낼 수 있지만, “지금 대중이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를 간파하여 마케팅의 방향성을 잡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를 찾기 이전에, 내가 해결하고 싶은 사회의 문제를 먼저 찾아보십시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과정 자체가 당신의 소중한 ‘직업’이 될 것입니다. 문제 정의 능력이 곧 당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증명합니다.

둘째, AI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 도구’로 삼는 압도적인 리터러시(Literacy)를 갖춰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AI가 내 일자리를 뺏을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AI 자체가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직업을 만든다는 것은 나만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이때 AI는 당신의 생산성을 10배, 100배 높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단순히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도구를 “써봤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AI와 결합하여 재설계해야 합니다.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외국어 번역 등 단순 반복 업무나 논리적인 작업은 AI에게 과감히 위임하십시오. 대신 당신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통찰을 도출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며,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총괄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AI로 시안 100개를 만들고 본인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해야 하며, 기획자라면 AI로 시장 조사를 끝내고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AI라는 도구를 내 손발처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이 곧 당신의 직업적 경쟁력이자 연봉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셋째, ‘명함’이라는 간판 대신 ‘포트폴리오’라는 실체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저는 OO전자 대리입니다”, “XX은행 과장입니다”라는 명함 한 장이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회사의 이름값이 곧 나의 신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 사라진 직업 중심의 시대에는 소속이 아니라 ‘성과’가 중요합니다. “저는 이러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도하여, 이런 구체적인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살아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디자이너나 개발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영업직이라면 자신이 개척한 거래처와 매출 성장 기록이, 사무직이라면 자신이 개선한 업무 매뉴얼과 비용 절감 사례가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회사라는 배경을 지웠을 때 남는 것, 그것이 진짜 당신의 실력입니다. 지금 당장 취업이 어렵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대신 작은 프로젝트라도 시작하십시오. 블로그에 특정 주제로 전문적인 글을 연재하든, 유튜브로 지식을 나누든, 재능 마켓에서 작은 서비스를 팔아보든, 시장과 직접 부딪히며 나만의 성과물을 축적해야 합니다.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기업이 당신을 ‘채용(Employment)’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가치를 알아본 기업이 당신에게 ‘협업(Collaboration)’을 제안하는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창직(Job Creation), 야생에서 피어나는 기회

2026년, 거세게 불어닥친 AI의 광풍은 우리에게 분명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껍데기뿐인 ‘직장’에 매달리는 사람에게는 혹독한 겨울이겠지만, 본질적인 ‘직업’을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는 유사 이래 가장 큰 기회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부디 ‘안정’이라는 과거의 환상을 좇지 마십시오. 이제 안정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실력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거친 야생의 들판에서 나만의 깃발을 꽂는 ‘창직(Job Creation)’의 길로 용기 있게 나서기를 바랍니다. 직장은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지만, 직업은 평생 당신과 함께하며 삶을 지탱해 줄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