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신간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을 읽고…
고정욱 작가는 나의 오랜 친구다. 그를 만나면 우리는 남자들의 수다를 나눈다. 수다가 시작되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대화 주제는 삶, 글쓰기, 사회 이슈, 가족 이야기까지 끝이 없다. 그는 나에게 따뜻함과 통찰을 안겨주는 존재다.
결핍에서 피어난 가능성
그는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삶은 장애보다 훨씬 크고 넓다. 오히려 그 결핍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는 결핍을 무력함이 아닌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법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는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지만, 누구보다 장벽 없는 삶을 산다. 그의 삶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용기의 증거다.
글을 통해 전하는 울림
그는 동화작가로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쓴다. 특히 장애에 관한 이야기는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희망을 선사한다. 그는 내게 책을 선물할 때마다 꼭 “장애인의 친구가 되세요”라는 말을 적어 준다. 이 문장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내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된다.
그의 책은 단순히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어른들에게도 귀한 안내서가 된다. 결핍은 단순한 부족함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일상 속에서 배운 배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나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때때로 그의 장애를 잊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과천의 스페인 요리 전문 식당에 가자고 제안했을 때, 그가 처음으로 물은 것은 “엘리베이터가 있나요?”였다. 나는 평소 엘리베이터의 유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일상의 무심함이 누군가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나도 무릎이 아플 때가 있어,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 위치부터 찾게 된다.
서로 배우는 사이
나는 그에게 스마트폰 활용, SNS, zoom, 최근에는 AI 활용까지 알려주었다. 그는 나에게 글쓰기와 강연, 감동을 전하는 언어의 힘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코칭 전문가로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지만, 그와의 대화만큼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에 그가 쓴 책은 내가 운영하는 창직학교 ‘맥아더스쿨’의 교과서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의 글은 쉽게 읽히며, 누구든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현재와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다
그의 책은 삶의 나침반이 필요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함께 과거를 회상하기보다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이것이 우리가 오랜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단순한 친구를 넘어, 삶을 공유하고 서로 돕는 관계다. 때로는 순천이나 제주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치열한 작가의 삶과 기대
그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린드그렌 추모상’ 후보가 된 것은 그의 치열한 작가 인생의 증거다. 381권의 책을 집필한 그의 여정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다시 일으킨 흔적이다. 나는 머지않아 그가 이 상을 받을 것이라 확신하며, 그에게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함께 걷는 길
고정욱 작가와의 인연은 나에게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함께 배우며 살아가는 동반자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사람들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