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시대 선비 같은 자세로 시(詩)를 생활하는 방법. 옛날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의 ‘선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시(詩)’가 연상된다. ‘시인(詩人) 묵객(墨客)’이란 말도 출세와는 무관하게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선비를 일컫는다고 해도 사뭇 틀린 의미는 아닐 성싶다. 그렇다면 신춘문예나 추천 등단제도도 없었을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시인이 되었을까? 선비라고 자부할 만한 생활을 하면 스스로 시인을 자임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선비라면 응당 시회(詩會) 또는 시사(詩社)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고, 그나마 문집(文集)이라도 남길 정도면 주로 앞쪽을 시(詩)로 편집하는 일이 당연지사처럼 여겨졌으리라.
말하자면 조선시대에는 누가 누구를 시인이네 마네 할 바도 없이 스스로 시인된 사람은 시인처럼 살았을 테니 당시가 가히 시인의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싶다. 이화섭 시인은 물론 〈심상〉이라는 시 전문매체의 신인상을 받으며 제대로 등단 절차를 거쳤지만, 그런 세간의 허울을 벗고 ‘지금’ 그리고 ‘이 땅’에서 시인답게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조선시대의 ‘선비’를 연상케 한다. 적선동 어귀에 아담하게 지어놓은 적선정(積善亭)에 앉아서 함께 차를 마셔보면 이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더욱이 이화섭 시인에게는 조선시대의 시회(詩會)나 시사(詩社)처럼 시를 매개로 만나는 시우(詩友)들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흐뭇한 풍경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