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인간, 존재로서의 노년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는 202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14%를 넘어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 인구의 전례 없는 증가와 유년 인구의 감소로 바야흐로 실버 시대가 임박해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고령화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제도 개선만이 관건인가?
노인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시몬 드 보부아르는 30여 년 전에 이미 [노년]을 통해 통찰했다. 이 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하게 읽히는 까닭은 노인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방대한 기획 아래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서구의 양상이긴 하지만 노인의 위치와 가치, 건강, 사회 제도, 노인의 성생활, 정신병리학적 문제 등이 고대 문헌과 실증 자료를 토대로 매우 긴밀하게 논의되어 있어, 노인 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 인식을 마련해주리라 보인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여성해방 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서를 남긴 보부아르의 [노년]은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한 방대한 사회 철학서로 1970년 파리에서 첫 출간되었고, 1977년 미국에서 번역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62세에 이 책을 집필한 보부아르는 노년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노인의 지위’가 노인 자신이 정복하고 취득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인간 역사를 통틀어 한 사회 집단이 그 집단의 필요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 노인들의 운명을 결정해왔음을 암시한다. 노인의 생명 자체가 ‘주어진’ 지위에 따라 좌우되어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인의 인간 조건 중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면이라고 지적하는 보부아르는 [노년]을 통해 이제 노인은 하나의 인간 존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개인적·사회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