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사람은 용기있는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어쩌다 한 행동이 용기있는 사람으로 알려지면서 용기의 내공이 점점 쌓여간다.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용기있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번 용기있는 사람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용기에 용기를 더하게 되어 으레 다른 사람들이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해 준다. 필자는 50대 초 들이대에 입학했고 아직 다니고 있다. 평생 다닐 것이다. 학과는 저질러학과이고 뒷수습 전공이다. 그래서 페이스북 프로필에 필자의 학력이 들이대 재학생으로 나온다. 들이대는 입학금도 등록금도 없다. 졸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지런히 들이대 입학을 권유하고 있다. 10여년 다녔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진짜 공부는 들이대에서 와서 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의 교강사를 대상으로 줌(zoom)이라는 서비스를 코칭하게 되었다. 시스코 웹엑스(Webex)와 구글 미트(Meet)도 있지만 줌이 워낙 보편화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다 책을 300권이나 낸 들이대 이사장 고정욱 작가, 정병길 모바일 화가 그리고 J중학교 김원배 교사에게 줌을 알려주게 되었고 정화백의 위트있는 네이밍으로 줌 유격대를 결성해 매일 아침 줌으로 미팅을 했다. 미팅을 하면서 우리만 알고 지내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해서 전국의 교강사들에게 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두 차례에 걸쳐 원데이 캠프를 열었다. 더 배우겠다는 그들의 요청에 따라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줌으로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줌 유격대는 강사의, 강사에 의한, 강사를 위한 책을 내기로 하고 가제를 줌을 알려 줌이라고 지었다. A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줌 유격대 네 사람은 열심히 원고를 작성하고 있으며 조만간 멋자고 유익한 실용 도서가 나올 것이다. 이렇게 속전속결 책까지 내게 된 것은 바로 줌 유격대 멤버 모두가 들이대 정신으로 무장해 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뭔가 결심하는데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고 나중에 후회한다. 이번의 책쓰기를 위해 줌 유격대는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을 하자는 무언의 약속으로 시작했다. 엉거주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는 아무 쓸모가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먼저 행동으로 시작하고 한가지씩 보완하면 된다.
한번 들이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지는데 문제는 처음이다. 자신감보다 자존감이 먼저 요구된다. 가까운 배우자나 가족 또는 친구들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 태도로는 들이댈 수 없다. 동키호테 같은 정신 무장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가급적 주변에는 알리지 말고 느슨한 관계로 친구를 맺은 SNS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사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하다가 상황에 따라 중지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을 가지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잃을 게 없다.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타이밍이 중요한 시대이다. 줌에 관한 책도 지금으로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들이대야 하는 이유는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