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존재의 이유는 변함이 없다. 배움은 존재의 핵심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 배움을 멈추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배움은 나이와 무관하다. 어려서 배우는 배움과 성인이 되어 배우는 배움은 질적으로 다르다. 배우는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다. 성장이 없는 배움은 의미가 없다. 성장하지 않는 인간은 쓸모가 없다. 처음에는 육체적 성장이 눈에 돋보이지만 나이가 들면 정신적 성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신적 성장은 지혜로움으로 연결된다. 지혜롭게 성장하는 사람은 가볍게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먼저 듣는다.
C는 90세를 훌쩍 넘긴 멋진 노인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70대 후반이나 80대 초반 정도로 젊어 보였다. 그는 경기도 양평에 살면서 차를 직접 운전하고 서울까지 와서 모바일 그림을 배우고 있다. 그는 켈로(KLO)부대 출신이다. 켈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의 지리와 언어에 익숙한 이북 출신 한국인들을 모집해서 북한 지역의 정보 수집과 게릴라전 등을 비공식적으로 수행한 민간인 특수부대이다. 그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는 하루하루 새로운 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바일 그림에 심취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필자와 함께 그룹으로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그는 모바일 그림을 지도한 한국모바일아티스트협동조합 정병길 이사장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제공하고 하룻밤을 함께 지내며 극진히 대접을 했다. 최근 협동조합 창립에도 조합원으로서 참여하면서 기부금도 냈다. 그는 항상 겸손하며 나서야 할 때와 조용히 물러갈 때는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여러 면에서 존경할만한 모범 시니어이다. 덜 배운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요란스럽게 어지럽힌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삶이라는 학교를 통해 배우고 익혀서 성숙하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 성공하는 사람은 조금 배우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그 실패를 통해 더 많이 배운다고 한다. C는 그런 사람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움은 인간 관계에서의 배움이다. 과학 기술이나 정보 통신과 달리 인간 관계는 생물처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며 이타심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항상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 가짐을 간직해야 올바른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배움에 대한 착각을 벗어나야 한다. 지식을 축적하는 것만이 배움이 아니다.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성숙한 배움의 결과이다. 고의로 남으로부터 존경 받기 위한 행동은 눈이 거슬리지만 C처럼 성숙한 사람은 나타내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반드시 존경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배우면서 성장하는 진정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