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항상 자신이 정답을 맞히기를 원합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누군가 질문을 던졌을 때 혹시 틀리면 어떻게 하나하고 크게 두려워합니다. 필자는 매주 J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한 학기에 총 17회,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수업을 합니다. 필자의 수업방식은 소크라테스 대화식 수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대화하면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K군은 덩치는 크지만 성격이 조금 소심한 편입니다. 무엇인가 필자가 질문을 하면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머뭇거리며 대답하기를 주저합니다. 필자의 질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대답해 보라고 독려하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학습 주제가 ‘맞춤법’입니다. 필자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제목을 두 개 내었습니다. ‘가을’과 ‘비’ 중에서 골라 각자 노트에 열 줄 정도 글을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구글 번역 앱으로 노트에 적은 글을 찍고 번역기를 실행하면 노트에 적힌 텍스트가 스마트폰 인공지능을 통해 문자로 나타납니다. 그것을 복사해서 카카오톡에 올린 후 번역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수정해서 저장합니다. 다음으로 카카오톡 ‘#맞춤법검사’를 이용해서 검사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K군이 혹시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필자의 지도를 따라 꼬박꼬박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K군의 편안한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필자도 K군에게 아주 잘했다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자신감 있게 잘 해내리라 확신합니다.
이런 과제를 내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맞춤법 검사 결과에 더 관심을 두었습니다. 혹시 검사 결과 틀린 글이 많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습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필자도 자주 검사 결과를 보면 틀린 글이 나온다고. 처음부터 틀리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많이 틀리겠다고 작정하면 매번 검사기를 돌리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점점 맞춤법도 틀리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관찰하고 소통하고 주장하고 믿고 시험해 보려면 틀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틀리지 않습니다. 필자도 매주 칼럼을 쓰면서 글을 완성하기 직전에 맞춤법 검사를 합니다. 가끔 틀린 게 없으면 기분이 좋지만 혹시 틀린 게 나와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틀림을 두려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도 글을 써보지 않은 분들에게 블로그 글을 써서 공개해 보라고 하면 두려워합니다. 글을 써놓고도 나만 보기를 해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평소 성격이 소심하거나 완벽주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움을 갖습니다. 하지만 제가 코칭했던 분들 중에는 과감하게 이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두려움을 떨쳐버리기에는 청소년 시기가 좋습니다. 아직 고정관념에 굳어 있지 않고 무엇이든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을 버리면 자존감이 살아납니다. 자존감이 살아나면 자신감도 덩달아 생깁니다. 이것이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