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burn-out)이란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비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현대인의 번아웃 증세는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 없이 어느날 복병처럼 찾아 온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최근 번아웃 되는 사람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단다. 번아웃의 연관어는 몰입(flow)인데 뭔가에 깊이 빠져 들다가 도를 지나치는 것이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함으로써 미치도록 행복한 나는 만난다고 역설했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나면 그게 바로 번아웃으로 넘어가 버리는 게 문제가 된다. 결국 몰입을 하되 번아웃까지 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스스로 제어가 잘 안 된다면 고집을 버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청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S는 무슨 일을 하든지 집요하게 척척 잘 해낸다. 그는 공부도 많이 했지만 언어 능력도 탁월해서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하며 글로벌 시사와 경제에도 해박하다. 그런데 그는 가끔 번아웃을 경험한다. 일정 기간 번아웃이 길어지면 매사 의욕이 없고 가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 번아웃 상태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삼자가 볼 때 번아웃이라고 해도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은 스타일이 무언가에 몰입해야만 하는 성격이라며 귀를 닫아 버린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자신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고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증은 생각보다 심각하며 오래 간다.
세상이 요즘처럼 급변하는 상황이 때로는 몰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 무언가에 심취해 있을 때 어느덧 세상은 한참을 멀찍이 달아나고 있지만 번아웃을 느끼는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왜 세상이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지 의심하며 답답해 하는 증상을 보인다. 그야말로 융통성이 없어지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자아도취에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S의 경우처럼 이런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빠져들지 않으면 불안하고 누구에게 뒤쳐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안절부절 하는 감정의 간극이 커지는 성향을 보인다. 결국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알아서 탈이고 너무 머리 회전이 빨라서 독이 되는 케이스다.
몰입을 하되 자칫 지나치지 않도록 번아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번아웃은 필자처럼 1인기업가나 프리렌서에게도 해당되지만 크고 작은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성과를 내야하는 직장인의 경우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나머지 조직 특성상 함께 해결하지 않고 혼자서 탁월함을 보여주려는 과욕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자신이 혹시 번아웃 증세가 있는지 의심이 들면 즉시 가까운 사람들에게 얘기하면서 번아웃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일단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우 번아웃을 막을 수 있다. 번아웃은 결코 가볍게 넘겨 버릴 사안이 아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되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언제나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번아웃과 몰입은 종이 한장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