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서의 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독서는 시대를 뛰어넘어 그 시대 마다의 정신을 꿰뚫어볼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도 우리는 동서양을 통틀어 2,000여 년 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전달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설파한 내용을 우리가 송두리째 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모든 것이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대한민국에 앉아 있으면서 가보지도 않은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수받는 정도에서 머물지 않고 독서를 통해 내일을 예측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찾아내고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은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시대적 움직임까지 예측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단지 독서량이 많은 것만으로는 독서의 힘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읽은 책이 많다고 해도 성찰이라는 프로세스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는 독서의 힘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5070세대는 급속한 산업의 발전 단계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예전에 미처 몰랐던 지식과 정보를 먼저 아는 것만으로도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는 시대였지만 정작 지금의 2040세대인 그들의 자녀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냥 부모들의 노력으로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일반화해 버립니다. 하지만 오히려 고도성장이 멈춘 지금 자녀들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미래가 더욱 불안하고 암담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그들은 독서를 통해 오히려 부모보다 더 균형 잡힌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견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필자가 최근 읽었던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은 1994년생으로 아직 대학생 신분이지만 이 책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꽤 의미 있는 생각들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90년대생은 과연 누구인지, K 방역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민족주의와 다문화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부모 세대인 586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오늘의 입시와 교육의 본질까지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은 주제를 조목조목 들추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가 사용한 어휘와 참고문헌을 살펴보면 그가 가진 독서의 힘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독서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모두 직접 경험하며 깨달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의 책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는 사양하며 그의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곧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제1야당의 대표가 된 1985년생 이준석도 다르지 않습니다. 임명묵과 이준석을 여기서 거론하는 이유는 독서는 나이를 훌쩍 뛰어넘게 하는 강력한 파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가까이 지내는 몇몇 전업 작가들을 살펴봐도 그들은 모두 독서를 통해 관찰력과 어휘력을 키운 프로들입니다. 독서는 이런 능력을 동시에 키워주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2030세대냐 아니면 5060세대냐를 따지기 전에 어느 정도 독서를 통해 쌓아올린 지식과 간접 경험을 살려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느냐를 먼저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독서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무슨 책이든 집어 들면 짧은 시간에 맥을 짚어내는 역량을 필자는 매우 부러워합니다. 독서의 힘은 정말 엄청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