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과 6펜스]는 저 유명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하고 있다. 몸은 한때 파리의 화가들과 어울리며 보해미안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타히티에서 비참하게 죽은 고갱에 대해 듣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달과 6펜스]보다 앞서 발표된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도 분명 고갱이라 추정되는 화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몸이 고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세계 대전 중이었다. 대전이 터지면서 정보국의 밀명을 받아 스위스에서 활동하다 병이 나는 바람에 미국에서 정양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타히티를 비롯한 남태평양들의 섬들을 여행하게 된다. 몸은 고갱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타히티를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고갱의 집에 들르기도 하고, 고갱과 동거했다는 여자와 인터뷰도 했으며, 고갱이 남긴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 1917년에 다시 정보원의 신분으로 러시아에 파견되는데 이때 과로로 병이 악화되어 북스코틀랜드 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된다. [달과 6펜스]는 이 용양 기간에 쓰여진 작품이다.
[달과 6펜스]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작가 자신의 지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달과 6펜스]가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체적 특성에도 있다. 회화체가 주를 이루는 그의 문체는 명쾌하고 간결하며 논리가 선명하여 지극히 자연스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평이하고 재치에 넘치는 문장들이 평범한 어순을 부드럽게 연속되면서 기막힌 솜씨로 인정을 꿰뚫고 있다. 서머싯 몸은 반세기 이상을 글쓰기에 매진해 온 작가로서 시 이외의 거의 모든 문학 장르를 다루어왔다. 그러나 그의 위대성은 단지 다양한 문학 형식을 두루 섭렵해 내는 작가적 능란함에 있지 않고, 그가 쓴 작품들이 어김없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는 데 있다. 그는 대중들이 읽기에 재미있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대중들을 자신의 애독자로 흡수하여 그들의 문학 수준을 고양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문학의 귀중한 보급자>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현대판 셰익스피어에 비견될 만하다.
몸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이야기꾼임을 자처한다고 해서 그를 한갓 통속적인 대중 작가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의 글들은 적어도 많은 교양인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었다. 특히 [달과 6펜스]는 세계 대전을 통해 인간과 인간 문명에 깊은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에게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 일으켰다. 가까운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 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작품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