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왜 하는지 물어보면 각양각색의 대답을 듣게 됩니다. 특정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교양을 쌓기 위해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서평을 쓰기 위해서, 책을 써서 돈을 벌려고, 그냥 취미로 등등. <데미안>, <싯다르타>를 대표작으로 지은 독일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들을 자유롭게 택해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타인들이 생각하고 추구했던 그 깊고 넓은 세계를 감지하고 인류의 삶과 맥, 아니 그 총체와 더불어 활발하게 공명하는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런 헤르만 헤세의 고상한 독서 철학과는 달리 막연한 기대를 품고 독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엇이 잘 되었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는 어느 누구도 감히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따라 독서를 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독서관이 생겨납니다. 끌리는 주제를 따라 서핑을 하듯 독서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역사에 심취해서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사를 탐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끽하기 위해 자연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음식에 관해 집중해서 읽다가 식당을 차리기도 하고 커피에 대해 연구하다가 커피숍을 내기도 합니다. 그림을 부지런히 감상하다가 토슨트(docent)가 되기도 합니다.
성과를 내는 독서는 모두에게 권장할 만합니다. 부지런히 읽으면서도 아무런 성과가 없으면 허탈해 집니다. 여기서 성과란 독서하면서 글을 쓰거나 메모를 해 두었다가 토론이나 강연을 할 때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독서하면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독서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뀝니다. 필자도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막연하게 무언가를 찾으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하지 않고는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연을 자주 하면서 독서는 필자가 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강연에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스토리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여러가지 독서 중에서 단연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독서는 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매번 만나는 사람과 상황이 다르다면 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게 됩니다. 이럴 때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통해 자신과 부딪히는 관계의 문제는 주로 말로 표출하면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독서는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독서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인격적으로 성숙하기 위함입니다. 독서의 시작은 어떠했는지 상관없이 점차 인격의 성숙함을 지향하는 독서가 바람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