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독서가 좋다는 것 쯤은 안다. 그런데 막상 독서를 하자고 하면 슬금슬금 뒷꽁무니를 뺀다. 왜 그럴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그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우리는 어릴적부터 시험을 잘 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독서를 강요 받았다. 입시와 취업 경쟁 때문이었다. 음악과 미술도 다르지 않았다. 순수하게 독서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곤 했지만 언제나 머릿속에는 시험 공부 뿐이었다. 이러니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진짜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독서에 대한 어렴풋한 정서는 남아 있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마다 취미는 독서라고 어김없이 적었다. 필자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독서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두번째 이유는 권위주의 분위기가 가득한 직장 생활에서였다. 필자의 경우 1980년 초 처음 직장에 들어갔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직원들의 자리 배치였다. 넓직하고 툭 터진 공간에 신입사원은 맨 앞자리에 앉고 그 다음은 계장, 대리, 과장 그리고 맨 뒤 창가는 부장의 차지였다. 모두가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어디를 가든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한 쪽만 바라보고 앉는 것처럼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뒤통수를 보고 앉았다. 아랫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감시 감독하기에는 최적인 시스템이었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업무 관련 매뉴얼과 전공 서적 외에는 본적이 없다. 어쩌다 분위기 파악이 되지 않은 신입 직원의 책상 위에 전공 외 서적이라도 보이면 불호령이 바로 떨어졌다. 여기가 일하는 곳이지 도서관이냐고.
독서를 꺼리는 세번째 이유는 이제 겨우 중견 직원이 되면 직장 생활도 익숙해 지고 분위기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좀 쉴만 하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부린다. 부장이 되면 그 위 상사가 없으면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정도로 시간이 남아 돌아간다. 사람 관리가 첫째이니 자기 계발은 꿈도 꾸지 않는다. 독서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잡기에 빠진다. 어떻게든 직원들을 오래 붙잡아 두어야 보스의 눈에 들었다. 그래서 바둑이나 장기 또는 고스톱 까지 다양한 앉은뱅이 잡기를 즐긴다. 독서가 도무지 자리잡을 틈이 없다. 네번째 이유는 독서를 우리 뇌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냥 독서하지 않고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굳이 자청해서 힘들게 독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는 똑똑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단지 편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의 두뇌다.
마지막 다섯번째 독서를 꺼리는 결정적 이유는 스마트폰의 출현이 원인이다. 현대인은 인류 최고의 장난감 스마트폰에 푹 빠져 버렸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그만 하라고 할 자격조차 없다. 어른이 도박에 빠지듯 스마트폰 세상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 하루에 유튜브를 서너 시간씩 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아졌다. 이렇게 독서를 꺼리는 이유 다섯가지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지만 공감하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실제로 필자가 그래왔고 공감하는 분들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진지하게 독서를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으로 보면 된다. 차별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