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쥐면 잃고, 펼치면 얻습니다
무언가를 꼭 쥐고 있으면 내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지식이 그렇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쌓은 지식과 경험과 노하우를 함부로 내놓으면 손해를 볼 것 같고, 나만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것을 숨기고, 배운 것을 혼자 간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지식은 움켜쥘수록 굳어집니다. 유통되지 않는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고, 그것을 가진 사람도 함께 잊혀집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혼자만 간직한 지식은 자신을 좁은 세계 안에 가두는 울타리가 됩니다.
필자는 40대 후반에 직장 생활을 마치고 1인 기업으로 살아왔습니다. ‘창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면서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대일 코칭을 해 온 지 27년이나 됩니다. 그 세월 동안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2008년 금융위기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코로나19가 세상을 뒤흔들었고, 이제는 AI가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마디마다 필자가 해 온 일은 하나였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나누면서 깨달았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나눌수록 더 많이 가진다는 사실을. 이것이 지식의 역설이고, 성장의 비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누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 가르치는 자리에 스스로를 세우십시오
배움은 혼자 앉아 책을 읽을 때보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순간 훨씬 깊어집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학습 피라미드’라고 부릅니다. 강의를 들을 때의 학습 정착률은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90퍼센트에 달합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당황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신호입니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신호를.
가르치려면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자리에 나를 세우는 행위 자체가, 더 깊이 공부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요즘 필자는 제주에 내려갈 때마다 세 곳에서 AI 강의를 합니다. 같은 주제라도 청중이 바뀌면 질문이 달라지고, 질문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강의를 거듭할수록 필자의 이해는 더 단단해지고, 설명은 더 명료해집니다. 가르치는 자리가 곧 배우는 자리입니다.
주변에 가르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 한 권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도 가르침입니다. 직장 동료에게 자신이 익힌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 주는 것도 가르침입니다. 아는 것을 꺼내 놓는 모든 행위가 가르침이고, 그 순간 성장이 시작됩니다.
둘째, 나눔이 쌓이면 신뢰가 됩니다
필자가 27년간 1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은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관계였습니다. 그 관계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나눔이었습니다.
2019년 말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필자는 줌(Zoom) 사용법을 익혀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했습니다. 비대면 도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행동 하나가 수십 수백 명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쌓인 신뢰는 어떤 광고보다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지식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태도의 표현입니다. 사람들은 그 태도를 기억합니다. 내게 도움이 됐던 사람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됩니다. 나눔은 결국 가장 긴 호흡의 자기소개입니다.
셋째,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단단해집니다
사람들은 흔히 ‘충분히 준비된 다음에 나누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충분함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나누는 행위 자체가 준비를 완성시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이야기의 맥락이 정리됩니다.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의미 있는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미처 보지 못했던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그 경험에서 진짜 배운 것은 무엇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혼자 앉아 고민할 때가 아니라,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필자가 일대일 코칭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어요.” 나누는 과정이 자기 이해를 깊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코칭을 받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코칭을 하는 필자도 매번 같은 경험을 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필자 역시 성장합니다.
나누는 사람이 결국 가장 많이 가집니다
가르치는 자리에 나를 세우고, 나눔으로 신뢰를 쌓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단단히 만드는 것 – 이 세 가지가 나누면서 성장하는 길입니다.
세상의 이치 중에서 지식만큼 나눠도 줄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나눌수록 늘어나는 것이 지식입니다. 불씨 하나로 수백 개의 촛불을 밝혀도 처음 불씨는 줄어들지 않듯, 당신이 가진 경험과 통찰은 나눌수록 더 밝아집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강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당신이 배운 것을 한 사람에게 전해 주십시오. 그것이 나눔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이 쌓일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눈 사람이 동시에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