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채용하지 않고 영입하는가?
기업의 인재 전략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달라졌다면, 이제는 그 변화가 누구에게나 확연하게 보일 만큼 선명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업이 공고를 내고, 지원자가 몰려오면 그들을 스펙과 경험으로 줄 세워 평가하는 방식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채용’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은 그런 방식을 더 이상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학력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을 여러 명 뽑는 것보다,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단 한 명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입’의 시대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겨났을까요? 그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AI는 단순 업무, 반복 업무, 지식 기반의 일들을 빠르게 자동화하면서 일의 구조를 완전히 다시 짜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식이 많고 경험이 풍부하면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더 이상 “비슷한 사람 여러 명”을 통해 효율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의 변화를 촉발하는 단 한 사람”을 통해 혁신을 만들려고 합니다. 즉, ‘스펙’보다 ‘영향력’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제는 자리가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이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내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직무가 사람을 규정하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사람이 자신의 관점과 역량으로 직무를 재정의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취업·재취업을 원하거나, 경력을 다시 설계하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갖춰야 할까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네 가지 인재 전략 조건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문제를 재정의하는 힘 – 정답보다 ‘본질’을 보는 능력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능숙하지만, 진짜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문제를 누구보다 빠르게 재정의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지시를 받아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재정의하는 능력은 곧 직무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이자, 기업이 영입하고 싶어 하는 인재의 첫 번째 기준입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보다 ‘해석하는 능력’, ‘핵심을 뽑아내는 능력’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합니다.
이 역량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입니다. 늘 상황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고, 우선순위를 스스로 설정하는 사람 – 이런 사람이 바로 우선 영입 대상이 됩니다.
둘째, 협업의 감각 –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
AI는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 뛰어나지만, 인간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고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능력은 가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협업 능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단순히 소통이 잘 되는 수준을 넘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정리하고, 팀이 같은 방향을 보도록 정서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커리어를 통해 쌓아 온 경험, 관계 감각, 상황 판단력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세대와 기술의 변화를 넘어서는 ‘핵심 자원’입니다. 협업의 감각을 의식적으로 다듬고 강화한다면, 오히려 AI 시대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빠른 습득력 – 완벽보다 ‘적응의 속도’가 중요하다
AI 시대에는 ‘많이 아는 사람’보다 ‘빨리 배우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기술은 매달 업데이트되고, 새로운 도구는 끝없이 등장하며, 직무는 프로젝트 단위로 계속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완벽하게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단 시도하고, 만져보고, 사용해 보면서 즉시 적용하는 학습자입니다.
빠른 습득력은 천재적인 능력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며, 작은 시도에서도 배우고, 실패를 피하려 하기보다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말입니다. AI 시대에는 이 태도가 곧 생산성과 창의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넷째, 개인 브랜드 – 나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영입의 시대에는 “이 사람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졌습니다. 개인 브랜드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힘입니다.
내가 잘하는 일,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 나만의 관점과 경험 –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나만의 ‘결’을 만듭니다. 기업은 이런 결이 선명한 사람을 원합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결이 팀의 분위기를 바꾸고, 조직의 미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개인 브랜드는 꾸미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내 경험을 돌아보고, 나만의 관점을 언어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영입의 시대는 곧 ‘창직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
영입은 단순히 취업 방식의 변화가 아닙니다. 일의 본질이 바뀌었고, 그 변화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라고 요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입의 시대에 필요한 조건들이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만드는 창직의 조건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들과 협업하고, 빠르게 배우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 – 이 네 가지는 취업·재취업의 조건인 동시에, 새로운 일을 만드는 창직의 핵심 역량이기도 합니다.
결국 영입의 시대는 ‘누군가의 자리를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시대입니다. 취업이든 재취업이든, 혹은 창직이든 방향은 같습니다. 나의 가능성을 세상과 연결하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사람인가?”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만드는 순간, 누구에게나 새로운 무대가 열립니다. 일의 형태는 달라질지라도, 일의 본질은 늘 ‘나의 가능성을 세상과 연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