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2025 토 하지
애초에 계획했던 추자도 일정은 아쉽게도 취소되었지만, 대신 제주에서 더욱 풍성한 여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제주 올레 17코스를 걸었고, 오늘은 고수향 작가와 함께 성산 일출봉과 비자림을 다녀왔습니다.
어제 저녁,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제주 이글루’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는 정재명 쥔장 부부와 고수향 작가와 함께 정겨운 아침식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우리는 성산으로 향했는데요, 그곳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종종 소통하던 성산리 이장 출신이자 제주 세계자연유산 해설사인 한원택 형님을 만났습니다. 형님이 제공해 주신 해녀의 집 전복죽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며 제주 바다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죠.
점심을 마친 뒤에는 성산 일출봉 정상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날씨는 안개가 짙어 아래에서 위가, 위에서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 안개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일출봉을 찾고 있었고, 그중 상당수는 외국인이었습니다. 제주가 이제는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귀경길에 예정대로 비자림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들른 ‘다랑쉬굴’에서는 제주 4.3 사건의 아픈 역사를 고수향 작가의 해설로 들으며, 희생된 11인의 사연을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비자림 가는 길에 수국이 많이 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지만, 아직은 만개 전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곳곳에 핀 형형색색의 수국이 계절의 흐름을 알리며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비자림에 도착해서는 세계자연유산 해설사 사무실에 들러 차 한 잔을 나누며 해설사 분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후 고수향 해설사와 함께 비자림 숲길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우리는 이 비자림에 화산송이를 바닥에 깔게 된다면, 대전의 계족산 못지않은 ‘맨발 걷기 성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그런 계획을 함께 추진해 나가자는 다짐도 나누었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동복리에 들러 간단한 저녁을 먹고 다시 제주 이글루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이틀 더 머물며 제주에서의 여운을 천천히 음미한 뒤, 월요일 오전에 서울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오늘도 구름이 드리운 하늘 덕분에 햇살이 강하지 않아 걷기에 딱 좋은, 참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날씨만큼이나 사람들과의 만남과 자연 속 시간이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