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살이] 하이브리드형 라이프 스타일러

관광객에서 생활인으로, 서귀포에서 쓰는 ‘일주일의 봄’

# 서귀포의 온기는 서울과 다릅니다

2026년 1월 15일 저녁, 다시 서귀포에 내려왔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 서초동은 영상 2도, 낮 최고 기온도 7도에 머물며 여전히 쌀쌀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전 9시가 된 지금, 이곳 서귀포는 이미 영상 9도입니다. 낮에는 17도까지 오른다고 하니 서울과는 거의 10도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서울도 잠시 포근해졌었다지만, 다음 주 화요일 다시 상경하기 전까지 저는 이곳에서 완연한 봄기운을 미리 만끽할 것 같습니다.

# 한 달에 일주일, 나만의 ‘제주 살이’ 방식

저는 2025년 한 해 동안 열 번을 제주에 내려왔고, 올 때마다 꼬박 일주일씩 머물렀습니다. 남들은 ‘한 달 살기’, ‘1년 살기’를 로망으로 삼지만, 강연과 코칭 일정이 있는 저에게는 그렇게 길게 자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한 달에 일주일 제주 살이’를 실천합니다. 제주를 떠나기 전, 다음 달 비행기 표와 호텔을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저의 루틴이 되었습니다.

# 보는 관광에서 걷는 여행으로, 그리고 삶으로

사실 2014년 이전까지 저에게 제주는 그저 ‘관광지’였습니다. 단체로 골프를 치러 오거나 유명한 명소를 겉핥기로 둘러보는 게 전부였죠. 변화는 2015년, 건강과 심신 단련을 위해 무작정 제주 올레를 걷기 시작하며 찾아왔습니다.

제주 올레 27개 코스, 437km를 네 번이나 완주했고 그 체력은 2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완주로 이어졌습니다. 걷다 보니 제주는 더 이상 ‘관광하는 섬’이 아니라 ‘여행하는 섬’이 되었고,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고수향 작가가 있습니다. 2019년 3월 1일, 올레 8코스에서 운명처럼 만난 그는 한라산을 600여번 넘게 오른 기인이자 세계자연유산 해설사입니다. 그를 따라 성산의 일출과 일몰, 섭지코지, 오조리, 헌마공신 김만일 기념관 등 제주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저는 제주의 설화와 문화, 그리고 진짜 속살을 알게 되었습니다.

# 제주가 맺어준 소중한 벗들

10년 넘게 이어온 제주 살이는 저에게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를 제주 올레로 이끈 홍경실 선생님을 비롯해 안덕계곡 호호산장 마해옥 대표님, 제주에 정착한 박영미 대표님, 수영을 즐기는 박지은 님, 서혜은 코치님 등 수많은 인연이 이곳에 있습니다. 함덕해수욕장 부근 동복리 제주이글루의 정재명 대표 부부, 공심채를 운영하는 고교 후배 홍창욱 작가와 그의 부인 노수미 작가, 문창규 장로님, 모슬포 김영한 대표님, 서귀포의 권유라 부부, 올레에서 만난 오두환 선생님, 제주서광교회 현성길 목사님 제주올레 아카데미 동문회 박희철 회장과 그의 부인 이축생 님, 성산 세계자연유산 해설사 한원택 님, ROTC 15기 동기 유광우와 유재황, 올레 길동무 박훈갑 그리고 수많은 제주 올레 친구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분이 제 곁에 있습니다.

특히 내일은 서귀포 구두미 포구가 고향인 ROTC 15기 동기, 현준호와 당구 약속이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가끔 보지만 서귀포에서 치는 당구는 또 다른 맛이지요. 그는 저의 당구 사부이지요.

# 육지의 오해,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

육지 사람들은 걱정스레 묻곤 합니다. “제주는 물가도 비싸고 불친절하다던데 괜찮으세요?”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생활인으로 살아보면 전혀 다릅니다.”

저는 렌터카 대신 촘촘하게 연결된 제주의 급행, 도심급행, 간선 버스를 이용하고, 현지인들이 가는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닙니다. 고수향 작가와 같은 현지 전문가와 동행하면 실패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든 일터가 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가끔 줌(Zoom)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사람들과 회의를 합니다. AI 시대에 공간의 제약은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2026년에도, 그리고 하나님이 건강을 허락하시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제주 살이를 이어갈 것입니다. 나는 정말 제주를, 그리고 서귀포를 사랑합니다.